2030세대 10명 중 8명은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일각에선 “같이 살면 캥거루 문제, 같이 안 살면 고독사 문제”라며 1인 가구 증가와 그들의 사회적 고립 해소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2030대 77% ‘캥거루족’…“안정적인 수입 없어서”
21일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에 따르면 이달 1~5일 2030대 190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43%가 부모의 집에서 같이 살고 있었고 41%는 부모에게 월세나 용돈 등을 받는다고 답했다. 부모와 같이 살면서 용돈도 받는다는 응답은 7%였다.
2030대가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정적인 수입이 없어서’가 56%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 ‘생활비 부담 때문에(17%)’, ‘독립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13%)’,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서(7%)’, ‘목돈 마련을 위해(3%)’ 등 순이었다.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응답자의 87%는 추후 여건이 되면 독립할 계획이 있었다. 독립을 생각하는 시기는 ‘취업 후’가 5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취업 1∼3년 후(28%)’, ‘취업 3∼5년 후(13%)’ 등이 뒤를 이었다. ‘결혼할 때까지는 독립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자도 6%를 차지했다.
진학사 캐치의 김정현 부문장은 “2030세대 청년 다수가 여전히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은 취업 후 독립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요즘 청년들의) 독립 의지가 부족하다기보다 취업난으로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아 캥거루족이 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독립 못하면 ‘캥거루’…독립하면 ‘고독사’?”
관련 기사가 보도된 뒤 누리꾼들은 캥거루족 문제에 공감하는 한편 1인 가구의 외로움에도 주목했다. 실제로 국내 1인 가구 수는 전체 가구 중 3분의 1 이상이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1인 가구’를 보면 2022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1인 가구 비율 추이를 보면 2016년 27.9%였던 1인 가구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9년(30.1%)엔 30%를 넘겼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30대가 22%로 가장 많았고 20대(19.5%), 50대(17.6%), 40대(16.5%), 60대(15.1%), 70대(9.3%)가 뒤를 이었다. 여성은 70대가 27.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다음 20대(18.9%), 60대(18.3%), 50대와 30대(12.7%), 40대(9.5%) 순으로 집계됐다.
캥거루족 문제와 대조적으로 1인 가구 수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사회적 고립과 단절도 심화하고 있다. 이에 1인 가구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회관계망 지표를 보면 한국은 80%로 38위였다. OECD 회원국 평균(91%)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복지부가 지난해 5월 공개한 ‘고독사 위험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11∼12월 표본 조사에 참여한 1인 가구 9471명 중 2023명(21.3%)이 고독사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5명 중 1명은 사회적 고립으로 홀로 삶을 마감하는 고독사 위험에 놓여있던 셈이다.
이에 복지부는 관계 부처 합동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해 임종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최초의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전체 사망자 100명당 고독사 수 20% 감소를 목표로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지원하기 위한 인적·물적 안전망을 최대한 동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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