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 관련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60) 전 서울경찰청장이 22일 첫 공판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가 유가족들로부터 머리채를 뜯겼다.
22일 오후 1시 34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 도착한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10명에 둘러싸여 강한 항의를 받았다.
유가족들은 “내 새끼 살려내”라며 김 전 청장의 머리채와 옷을 잡으며 항의했다. 이 장면을 촬영하는 취재진들과 법원 직원들, 유가족들이 뒤엉키며 김 전 청장은 가까스로 법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유가족 중 일부는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기도 했다.
이후 이뤄진 재판에서 김 전 청장 측은 “유족 측에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부 부인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은 각 부서로부터 핼러윈 관련 보고서를 받고 위험 상황을 인식했고 예견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이태원 인파 집중 상황을 여러 차례 보고 받았지만, 구체적 특정적 지시를 하지 않고 추상적 지시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 “당시 대규모 집회 종료 직후 용산 경찰서장에게 임무 수행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해야 했다”면서 “피고인은 사고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는 등 상황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청장 측은 “공소사실에 대해서 무죄를 주장한다”면서 “검찰 공소장 요지는 결과론에 기초한 과도한 책임이며, 누구라도 결과가 발생하면 과실이 있다는 실행 주의에 입각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청장 측은 구체적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모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라며 “약 10만 명이 한 번에 같은 장소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핼러윈 3일 동안 그 정도 수준의 인파가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유가족 측 대리인 양성우 변호사는 재판에서 “이번 참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면서 “책임자들에 대한 엄정한 재판 진행과 처벌로,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이와 같은 참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뼈아픈 교훈이 깊이 새겨지길 바라는 피해자들의 간곡한 목소리를 경청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이 하루 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고 이주영 씨 부친)은 이날 성명에서 “검찰은 철저히 재판에 임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며 “유가족들은 재판 끝까지 자세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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