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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왜 시비야”…배려 못 받는 임산부석

입력 : 2024-04-25 10:54:03 수정 : 2024-04-25 11: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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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능 상실한 지하철 임산부석
남성, 앳된 여성 모습 쉽게 목격
여성들의 ‘고정석’이란 인식도

임산부를 위해 마련한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이하 임산부석)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현재 서울,경기 지하철 내에 임산부석은 눈에 잘띄는 핑크색으로 구분 되어 있지만,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됐다. 남성들이 앉아 있거나 앳된 여성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세계일보 자료

실제로 25일 오전 8시쯤 서울지하철 4호선 열차.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화장을 하고 있었다. 이 여성의 가방에는 임산부임을 증명하는 ‘임산부 배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기자가 “학생 임산부 좌석 아닌가요”라고 묻자, 여성은 “임산부 맞다. 아침부터 왜 시비야”라며 불쾌해했다.

 

반대편 임산부 배려석에는 중년 남성이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이 남성 앞에는 가방에 ‘임산부 배지’를 단 여성이 두 손으로 손잡이를 꽉 잡고 서 있었다. 이촌역에서 이 남성이 내리자 임산부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지하철 옆 칸으로 가봤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 남성과 젊은 여성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눈을 감고 있거나 휴대폰을 하고 있었다.

 

지하철 임산부석은 여성들의 ‘고정석’ 이라는 인식도 있다.

 

임산부석에 자리가 비어 있으면 여성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리를 차지한다.

 

한 여성은 “(임산부석은) 여성을 위한 자리다. 빈자리를 아무나 앉으면 어떠냐”며 “내가 임신 했는지 확인할 수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일보 자료 사진

서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은 임신과 출산을 장려하고 임산부 배려 문화를 확산하고자 2013년 서울 지하철에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치 못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임산부와 일반인 각각 1000명씩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임산부 배려 인식 및 실천 수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산부의 86.8%가 ‘임산부 배려석을 이용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42.2%는 ‘이용이 쉽지 않았다’고 답했다.

 

30대 임산부 이모씨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승객이 자리를 비워주지 않으면 (임산부 라고) 차마 말을 못한다”며 “임산부를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메트로 측은 “임산부 배려석이 취지대로 운용될 수 있도록 수시로 안내방송을 하는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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