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 문신인 성현의 ‘허백당집’을 보면 비단 방석을 깔고 앉아 재롱을 피우던 고양이가 죽자 묻어주며 슬퍼하는 모습이 나온다. 반면 고려 문신이자 명문장가인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서 쥐를 잡지 않고 오히려 고기를 훔쳐 먹는 고양이를 질책한다. 과거부터 고양이가 일상에 함께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민속의 관점에서 삶 속에 깊이 파고든 고양이를 재조명하는 전시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를 8월 18일까지 연다고 7일 밝혔다. 고양이와 관련한 기록부터 그림, 사진, 문학 작품 등 6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에서는 고양이를 잘 그려 ‘변고양이’라고 불린 조선 후기 화가 변상벽의 ‘묘작도’(사진)를 볼 수 있다. 조선 그림에서 고양이는 장수를 상징했다. 고양이의 한자인 ‘묘(猫)’가 70세 노인을 뜻하는 ‘모(?)’와 발음이 비슷해서다.
조선 문인이자 학자인 서거정의 시문집 ‘사가집’도 전시에 나온다. 서거정은 고양이에 대해 ‘사람들이 보호하고 집에서 기르기에 이로우며 사람 품에 안겨 논다’고 설명한다.
1981년 프랑스 출신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고양이 그림을 그린 항아리도 눈길을 끈다. 레비 스트로스는 당시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초청으로 방한해 경남 통도사를 답사했을 때 사기장 신정희의 공방에서 도자기에 그림을 그렸다.
전시에서는 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 속 고양이 이야기도 다룬다. 어린이 가수 박혜령이 노래한 ‘검은 고양이 네로’ 음반은 1970년 발매 당시 2주 만에 1만장 넘게 팔리며 화제를 모았다. 한국 공포영화 장르를 개척한 이용민 감독의 영화 ‘살인마’(1965년)는 고양이 귀신을 소재로 했다. 당시 7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고양이를 ‘모시는’ 오늘날 집사들의 삶도 보여준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다룬 웹툰,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주는 고양이탐정 인터뷰 등을 소개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모한 반려묘 사진과 영상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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