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 ‘탈중립’ 경쟁에 대해 “민주당이 집권한 이후 여소야대가 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비판했다. 그는 어제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DJ정부 때는 5년 내내 여소야대였고 노무현정부 때도 첫 1년은 여소야대였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냐는 것이다. 국회는 계속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고 그게 정치가 제 역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차기 국회의장 후보들의 볼썽사나운 선명성 경쟁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가 오죽하면 이런 소리를 했겠나.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키려고 김 의장에게 가한 행태는 도를 넘었다. 김 의장이 직권상정을 거부하고 여야 합의를 요청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필사적으로 해외 순방을 저지할 것” “환장하겠다”라고 압박했다. 심지어 박지원 당선인은 “개××”라는 욕까지 했다. 입법 폭주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입법부 수장에게 이런 모욕을 줘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의장은 “편파적인 국회의장을 하면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며 “조금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 한 사람들이 스스로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문제는 대부분 ‘강성 친명(친이재명)’인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들이 ‘김 의장처럼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는 점이다. 추미애 당선인은 4·10 총선 다음 날부터 국회의장의 중립 무용론을 펴고 있다. 조정식 의원은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현안을) 처리하겠다”, 정성호 당선인은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해 토대를 깔아 줘야 한다”고 했다. 2002년 정치개혁으로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를 못 박은 국회법을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장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채 상병 특검법 강행 등 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의회민주주의가 훼손돼 국민의 우려가 크다.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는 논란이 많은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 법안을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22대 국회에선 법사위 등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독차지할 태세다. 여당에 협치를 요구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이런 마당에 국회의장이 기본적 협치와 중재 노력마저 팽개치면 국회는 전쟁터가 될 것이다. 민주당은 역지사지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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