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최근 몇 년간은 매달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물가 영향으로 식자재값이 치솟는 가운데 손님 발길이 끊기는 바람에 가게 일을 돕던 아내도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다. 이씨는 “이자로 나가는 돈이 수입을 넘어섰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는 배달 손님이라도 많아 가게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정말 폐업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와 고물가를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이 줄폐업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증했던 대출 만기가 돌아오면서 자영업자들이 빚더미에 내몰리는 상황이다.
10일 핀테크 기업 핀다의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업체 81만8867개 중 폐업한 업체는 17만6258개(21.52%)에 달한다. 식당 5곳 중 1곳이 문을 닫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폐업한 외식업체 수는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했던 2020년(9만6530개) 대비 약 82.6% 급증했으며, 폐업률도 재작년 16.95%보다 4.57%포인트 높아졌다.
이 통계는 당국에 폐업 신고를 한 식당에 더해, 폐업 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전년에 매출이 있던 외식업체가 1년간 매출이 없는 경우까지 포함됐다. 폐업 신고 건만 집계한 것보다 실질 폐업률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들이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줄줄이 폐업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3고’ 장기화로 한계 상황에 내몰렸음을 보여준다. 20년째 음식점을 운영해 온 장모씨는 “재룟값, 인건비, 임대료를 내고 나면 말 그대로 ‘남는 게 없는 장사‘”라며 “가격을 올려야 하나 매일 밤마다 고민하고 있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상황에서 단골손님마저 잃을까봐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빚으로 버텨오던 자영업자들은 고금리에 이자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며 ‘빚의 굴레’에 갇히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이 NICE평가정보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대출금을 석 달 이상 갚지 못한 자영업자 수는 7만2815명에 달한다. 지난해 말(6만1474명)보다 18.4%(1만1341명) 증가했다. 자영업자 금융지원이 끊긴 지난해 9월 말(5만6860명)과 비교하면 28.1% 늘어났고, 팬데믹 시기인 2021년 말(2만4446명) 보다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이 길어지고 있어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높은 대출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의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취약 대출자를 중심으로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고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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