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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차별" vs "영세업장 생계 위협"

입력 : 2024-05-22 19:17:44 수정 : 2024-05-22 22: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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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차등화’ 노사 갈등 심화

노동자들 “차별적 요소 더한 개악
차등 적용 땐 처우 좋은 곳 옮길 것”
소상공인聯 “업종별 지급능력 고려”

노동계 “제도 사각지대 해소 시급
플랫폼 등 노동자 맞춤안 도입을”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짬타씨는 2022년 충남 논산시의 한 상추 농장에서 매일 11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180만원을 손에 쥐었다. 한 달에 휴일은 이틀뿐이었지만 이마저도 무급휴일이었다. 주휴수당과 휴일근로수당도 없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았는데 매월 공제되는 불법가건물 숙소비만 2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짬타씨는 22일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지금도 차별이 심하다”며 “기피하는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 나은 보상이 주어져도 모자랄 판에 최저임금을 깎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논의에 나선 가운데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차별적 요소를 더한 개악’이란 입장과 ‘영세사업장 경영 악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제도 밖 노동자가 많은 만큼 업종별 차등적용보단 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2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청년유니온, 할말잇수다기획단이 공동 주최한 '최저임금 밖 할말잇수다' 증언 대회에서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각자 업무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플랫폼노동자희망찾기와 청년유니온 등이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이날 진행한 ‘최저임금 밖 할 말 잇수다’ 행사에선 최저임금 제도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호소가 잇따랐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하면 이주노동자들도 더 나은 처우를 받기 위해 도시로 이동하거나 업종을 바꿀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짬타씨는 “지역사회와 풀뿌리 산업을 살리고 싶다면 그곳을 ‘일하고 싶은 곳’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업종별 차등화를 요구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인상률 1.4% 적용 시)을 넘어설 가능성이 큰 탓에 지급 능력이 낮은 영세사업장이 위협받고 있다는 게 주요 이유다. 역대 가장 낮은 인상률은 1.5%였다.

 

경영계는 지난해 편의점과 택시운송업, 숙박·음식점업에 대해 차등화를 요구했으나 부결됐다. 올해는 돌봄서비스 업종 등 차등화 요구 대상 업종을 확대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숙박·음식점업은 최저임금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아져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이 37.3%에 달했지만, 고숙련 근로자들이 주로 종사하는 정보통신업은 2.4%에 그쳤다”며 “업종별 지급 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일률적 적용이 최저임금 미만율의 차이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일을 하는 모습. 뉴스1

노동계는 오히려 최저임금 제도를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온라인 데이터를 분류하는 ‘데이터 라벨링’ 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둔 서승욱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장은 “회사나 자회사 형태로 고용된 노동자와 업무는 사실상 같은데 고용형태가 여럿”이라며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태훈 한국GM 부평공장 하청노동자는 “최저임금이 올라도 통상시급이 고정돼 있어 월급에 별 영향이 없다”며 “내부에선 최저임금에 관심도 없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통상시급은 상여금과 복지지원금 등을 제외하면 최저시급(9860원)보다 낮은 8420원이다.

 

노동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플랫폼 노동자에게 맞는 별도 최저임금을 만드는 방안도 제안했다. 근로시간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이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하기 어려운 경우 근로자의 생산량 등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도급 최저임금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배달라이더 노조를 이끌었던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미조직 노동자와 특고·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겠고 했다”며 “이들의 법정 소득 보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일부 업종에선 시범 적용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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