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참패 이후 고작 40여일, 국민의힘의 쇄신 열기가 눈에 띄게 사그라들고 있다. 총선 직후 참패의 원인을 진단하고 자성하겠다는 취지의 쇄신 토론회가 한동안 이어졌으나 지금은 시들해졌다. 지난 15일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가 밤샘 토론을 마친 후 처절한 반성문을 낸 게 시선을 끌었으나, 그 후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그제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쓴소리를 들어야 할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토론회 장소를 마련한 의원은 불참했고, 참석한 중진 의원 2명도 10분도 안 돼 자리를 떴다.
총선 백서를 놓고는 계파 간 내홍이 벌어지고 있다. 백서 집필 의도와 방향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백서가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양상이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백서가 채워질 것이란 말이 퍼지면서, 특위가 윤석열 대통령 책임은 빼고 한 전 위원장 책임만 부각하려 한다는 반발이 나왔다. 대표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던 조정훈 백서특위 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논란을 빚은 백서가 나온들 신뢰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구심이 든다.
당내 쇄신 동력이 고갈되는 데는 잠룡들 간의 때 이른 차기 대권 경쟁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연일 한 전 위원장을 상대로 총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다가 “차라리 탈당하라”는 당내 비판을 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 전 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해외 직구를 제한하려던 정부 조치를 비판한 것을 두고 ‘처신’을 지적했다가 한 발 물러났다. 여권 잠룡들은 지금 당권, 대권 경쟁할 때인가 자문해 보길 바란다. 국민의힘은 난파선과 다를 바 없는데, 배를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 영역 확장에만 골몰하니 국민 입장에서 암담할 따름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황우여 비상대책위가 이끄는 비상 과도기 체제다. 그런데도 전혀 위기의식을 느낄 수 없다. 비대위에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다수 포진한 것부터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 ‘관리형 비대위’이긴 하지만 황우여 비대위는 최소한의 쇄신 마중물 역할이라도 해야 한다. 두세 달 후에 새 지도부가 출범해 쇄신을 논의하자는 것은 곧 쇄신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총선에 참패하고서도 책임 공방이나 벌이는 국민의힘은 국민 눈에 오합지졸로 보일 뿐이다. 국민의힘의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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