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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외교장관 4인 “‘수명 5년’ 대북정책 한계 인정하고, 글로벌 차원 전략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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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31 18:00:00 수정 : 2024-05-31 15: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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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대북정책 수명이 5년에 그치는 현실에 대해 전직 외교장관들은 한계를 인정하되, 한반도 중심이 아닌 글로벌 차원의 전략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의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의 실현을 위한 지혜’ 세션에 참석한 송민순(34대)·유명환(35대)·김성환(36대)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37대)은 일관성 부족한 대북 정책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손지애 외교부 문화협력대사의 진행으로 열린 대담에서 참석자들은 현재 교착 상태에 놓인 남북 관계가 급격하게 개선되기는 어려우며 당분간 ‘관리 국면’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했다.

 

노무현정부의 마지막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 전 장관은 “한반도는 현재 간신히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호전될 전망도 없고 남북 자체가 지금 같은 대립과 교착을 탈피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바뀌면서 정책이 놀이공원 바이킹처럼 왔다 갔다 하는데, 대북·대미·대중 정책을 어떻게 종합적·체계적으로 만들어 서로 상충하지 않게 하느냐를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은 현 정부의 외교기조인 ‘글로벌 중추국가’와 대북정책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며 “지금은 있던 분쟁도 극복하고 예방해야 한다. 전략적 조정(Strategic modera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의 윤 전 장관은 “대북정책의 난제는 더 이상 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풀기 어렵다”며 남북 관계 중심의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규칙 기반 질서’를 강조하는 유사입장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현재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모두 후자(규칙 기반 질서 중시)의 입장”이라며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중동, 러시아 문제 등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은 대북정책 연속성 확보를 위해 국내적으로 ‘북한 문제를 어떻게 할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우리 사회가 북한 문제에 대한 공통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면 정책이 지속할 수 있는 만큼 컨센서스(consensus)를 먼저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한국은 역내 충돌을 완화하고, 협력 관계를 다층적으로 만드는 ‘완충 외교’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대 외교장관들은 입을 모았다.

 

미·중 대립 속 운신의 폭이 좁은 것은 사실이나, 강대국 사이에 끼어 수동적 존재로만 남으면 할 수 있는 일이나 존재감이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윤 전 장관은 “세계 정세가 어떻게 나아갈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소위 ‘분열·파편화’와 함께 국익에 따른 ‘짝짓기’ 현상은 짙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 관계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양자·다자·소다자적 연대를 확대해 나갈 것을 제언하며 “과거와 같은 한반도 중심의 시각을 취하지 않고 글로벌 차원의 통합 전략을 짜야만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송 전 장관은 현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확대에 대해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선언에 ‘시의적절’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통일 정책은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진보·보수 정부가 취했던 통일 정책이 모두 결과적으로 평화라는 축에서 멀어지게 한 만큼 “지금의 대북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결국 위성 발사를 성공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우리가 어떻게 해 나갈지 전략을 짜야 한다고 송 전 장관은 말했다.


제주=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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