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률 낮아 섣부른 낙관은 금물
日과 영유권 분쟁 7광구 대책도 시급
다시 산유국의 꿈이 부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석유·가스 매장량은 140억 배럴, 1조4000억 달러(약 1930조원)어치에 달한다.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세계 4위의 원유 수입국이자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다.
한국은 1998년 동해에서 4500만 배럴의 가스를 발견했으나 2021년 말 상업 생산을 마쳐 95번째 산유국 지위를 상실했다. 소규모 가스전으로도 매출과 순이익이 2조6000억원,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번 추정 매장량은 이 가스전의 300배를 웃돈다. 우리 경제가 유가만 바라보는 ‘천수답’ 신세에서 벗어날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455조원)의 5배 정도”라고 했다. ‘에너지 주권’과 자원 부국 입지를 확보해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정치적 위상이 커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원유가 솟구칠 것이라는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유전 발견은 물리 탐사가 아니라 시추로 확인되는 법이다. 시추 성공률이 통상 5∼10%에 불과하고 정부도 20% 정도로 본다. 올 연말부터 시작되는 시추작업에서 부존량과 경제성이 확인되더라도 상업 생산까지 7∼10년이 소요된다. 1976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도 연두 기자회견에서 “영일만 부근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발견됐다”고 해 온 나라가 들떴다. 하지만 1년 뒤 시추할 때 윤활용으로 쓴 경유가 시추공으로 흘러든 것을 원유로 착각한 소동으로 끝났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세계 10위 에너지 소비국인 한국으로서는 유전개발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정부는 우선 동해 가스·석유 시추 및 개발에 필요한 투자와 예산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긴 호흡으로 국가 차원에서 자원개발 전략을 짜고 대륙붕개발 등 추가 자원 탐사에 나서기 바란다. 일본과 50년간 공동개발하기로 협정을 체결했다가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7광구 문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협정은 2028년 만료되는데 일본이 내년쯤 공동개발을 폐기하고 개발권한을 독점할 야욕을 노골화 하고 있다. 7광구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본에 개발권을 빼앗기는 참사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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