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칙 개정 과정 적법”
교수·재학생 등은 즉각 항고
세계 유일의 바둑학과인 명지대 바둑학과 폐지가 결정된 데 대해 교수와 재학생들이 이를 정지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내 바둑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20여년 넘게 프로기사를 배출해 온 바둑학과가 없어질 처지에 놓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재판장 김우현)는 남치형·다니엘라 트링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와 학과 재학생, 한국바둑고 재학생 등 69명이 명지학원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상대로 낸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달 31일 기각했다.
남 교수 측은 폐과 과정과 근거를 문제 삼았다. 명지대와 명지전문대가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바둑학과 폐과가 논의됐지만 두 학교의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폐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학 측이 폐과 이유로 제시한 경영 악화와 바둑 인구 감소 등이 객관적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았고, 교수의 신분 보장, 재학생 수업권 등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학칙 개정 과정이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학교 통합 추진 동의서에 관련 내용이 기재되긴 했으나 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바둑학과 폐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학생들은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고 교원들 역시 직접적인 신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학칙 개정에서 채권자들의 권리나 신뢰이익 보호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명지대는 바둑을 두는 젊은층이 줄었고, 경영 부담과 통합 명지대 특성화 방향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바둑학과 폐지를 결정했다. 2025학년도부터 바둑학과 신입생을 받지 않는 내용의 학칙을 지난 4월 개정했고, 대교협은 대입 시행계획을 승인했다.
바둑계는 반발했다. 폐과가 추진된 2022년 조훈현·이창호 9단 등 국내 프로기사들과 중국의 커제 9단 등 외국 기사들까지 폐과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국내 기사랭킹 1위인 신진서 9단과 국가대표팀 감독, 선수 약 40명 등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폐과 결정을 되돌리진 못했다. 남 교수 측은 법원의 기각 결정에 반대해 항고했다.
1997년 개설된 명지대 바둑학과는 세계 유일 바둑학과로 20여년간 프로기사와 관련 종사자들을 배출해왔다. 올해 정원은 21명으로 유학생 등을 포함하면 전체 재학생은 약 1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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