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낮 최고 기온이 25도를 넘기는 최근 날씨를 단순히 덥다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의 먹거리와 연결된 중대한 이슈로 여겨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14일 제기됐다.
김해동 계명대학교 지구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나라 대부분 농작물은 ‘티핑 포인트’를 넘겼다”며 “돌아올 수 있는 시기를 건너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준비도 안 되어 있는데 그 순간이 이미 우리의 먹거리라든가, 이런 것들을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빠져버렸다”고 덧붙였다.
사전상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는 어느 순간 튀어 오른다는 뜻이다.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논하는 식으로 광고·마케팅 측면에서 활용되지만, 기후 측면에서도 누적된 작은 변화들로 비가역적인 상태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임계점’ 등으로도 쓸 수 있는데,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김 교수는 “사과나 배는 34도, 대부분 작물은 37도 정도가 온도 한계”라며 “요즘 보면 (낮 기온이) 37~38도 올라가는 거는 우리나라도 일상화가 됐다”고 우려했다. 각종 작물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낮 기온이 상승했고, 오르기는 쉬워도 다시 평균 기온이 내려가기는 어려운 탓에 살아남는 작물 종류도 점점 적어질 거라는 관측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 교수는 “금년에 사과, 대파 이런 것들의 가격이 폭등하지 않았나”라며 “어쩌다 온도가 조금 떨어져서 ‘올해는 괜찮네’라는 때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빈도로 볼 때 매년 심각해지면 심각해지지 더 좋아질 가능성은 없다고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말에 앵커도 “사람은 폭우가 쏟아지고 날씨가 더워지면 대충 적응하지만, 동물이나 식물들은 그게 아니다”라며 “우리의 먹거리 문제까지 연결된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때 이르게 찾아온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경남 의령군은 지난 13일 기온이 낮 한때 36.9도까지 올라 37도에 육박했다. 경북 김천(최고기온 36.7도)과 성주(36.6도) 구미(36.1도), 경산(36.1도), 광주(36.2도), 강원 정선(36.2도) 등도 최고 기온이 36도를 넘었다. 의령과 정선은 이날 일최고기온이 해당 지역 관측을 시작한 2010년 이래 6월 기온으로는 역대 1위다. 종전 최고 기록은 의령은 2017년 6월19일의 35.1도, 정선은 2020년 6월9일의 36.0도였다.
14일도 전국 낮 최고기온은 26~35도로 예상됐다. 초여름 무더위는 이날 오후부터 제주에서 내리는 비를 시작으로 다소 기세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강원은 15일 오전에서 밤까지 오락가락 비가 내릴 전망이며, 충청과 남부지방에서도 오후 중 소나기가 예상된다.
무더위는 해외에서 더욱 심각하다.
튀르키예 서부 대도시 이즈미르의 시내 낮 최고 기온은 최근 41.4도로 치솟아 42년 전인 1982년 6월28일의 41.3도를 넘어섰고, 지역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38년 이래 최고치였다. 아프리카 북부 이집트는 지난 7일 온도가 역대 최고인 50.9도를 기록했다. 사막 지역 특성상 기온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달아오르는 이집트의 온난화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할 거라고 외신들은 내다본다. 아울러 올해 세계 많은 지역에서 폭염이 나타날 거라는 게 전 세계 기상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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