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공무원들이 여성 기간제 근로자에게 10여년간 업무 외 노동으로 점심을 부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청주시에 따르면 문의문화재단지에 근무하는 청원경찰 등 공무원들이 10여년간 여성 기간제 근로자 A씨(70대)를 비롯해 다른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점심을 준비하게 한 것이 확인됐고 14일 밝혔다.
A씨는 문의문화재단지에서 시설물 환경정비를 담당하며 2년여간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A씨가 소속된 해당 기관의 공무원 4명이 부식비 명목으로 각자 10만원씩 걷어 A씨에게 주고 식사를 준비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근처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별로 없고 매번 배달이나 도시락을 챙기기 힘들어 점심식사를 준비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이전 근무자들도 식사 준비를 해왔으며 그 기간은 약 10년 동안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무원들의 식사 준비를 위해 출근 전 식자재를 구입해 버스를 타고 이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평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근무하는 도중 업무 외 노동을 해온 것이다. 그는 오전 11시30분까지 점심 준비를 마치고 식사가 끝난 후에는 설거지 등 뒤처리도 맡아 처리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충청일보에 따르면 A씨가 허리와 다리 수술로 식사 준비가 어려워 여러 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담당자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주시 문화재팀 관계자는 “A씨가 식사 준비한 시간은 1시간쯤으로 오랜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 문제 될 소지가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문의문화재단지는 해당 의혹이 제기되자 식사 준비를 철회했다. 이후 청주시 문화재 팀은 자체 조사를 벌여 “A씨와는 합의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청원경찰 4명과 기간제 근로자에게 해당 사실을 물은 결과 “A씨가 거부 의사가 전혀 없었는데 의혹이 제기돼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청주시 관계자는 “해당 의혹의 진위 여부를 떠나 기간제 근로자들이 점심식사를 준비하게 한 점은 큰 죄”라며 “앞으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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