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지난해 자산규모 18조원으로 재계 순위 27위인데도 다른 그룹과는 달리 총수(동일인)가 법인이다. 쿠팡을 지배하고 있는 김범석 이사회의장이 미국 국적이고 쿠팡 모회사인 쿠팡 Inc가 미국 법인이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2021년 3월 미 뉴욕증권거래소(나스닥) 상장 때 차등의결권을 부여받아 76% 이상의 의결권도 확보하고 있다. 특혜·역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외국인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바꿨지만 소용이 없다. 김 의장은 4년째 동일인 지정에서 빠져 사익편취 금지, 친·인척 자료 제출 등 촘촘한 감시망을 피했다. 이런 쿠팡을 바라보는 공정위의 심기가 편할 리 만무하다.
그래서일까. 경제검찰 공정위의 칼날이 유난히 매섭다. 3년 전 공정위는 쿠팡이 LG생활건강 등 101개 납품업체를 상대로 할인비용 전가, 광고 강매 등 갑질을 했다며 33억원의 과징금을 물렸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올 2월 서울고등법원은 쿠팡의 손을 들어줬다. 비슷한 시기에 공정위는 쿠팡과 자회사에 하도급 단가를 허위로 기재했다는 이유로 1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에는 알고리즘 조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쿠팡이 자체브랜드(PB)상품 판매를 늘리려고 검색순위와 구매 후기를 조작했다며 검찰고발과 함께 무려 1400억원의 과징금을 때렸다. 이도 모자라 멤버십 중도해지방해, 구독료 편법 인상, 혜택 과대광고 등 소비자 기만행위도 들여다보고 있다. 쿠팡은 2010년 창사 이후 줄곧 적자를 내다 지난해 처음 617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쿠팡은 연일 “상품진열방식은 업체 고유의 권한”, “부당한 시대착오적 조치”라고 반박한다. 모기업인 쿠팡 Inc도 미 증시 공시에서 “검색순위는 한국과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의 관행인데 공정위가 이를 위법하다고 결정했다”고 쏘아붙였다. 이런 악연이 또 있을까 싶다. 쿠팡은 갑질 횡포·배짱 영업 등 여러 논란이 있지만, 로켓배송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혁신을 망가트리지 않으면서도 공정 경쟁을 촉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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