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근접하자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한도를 증액하며 대응에 나섰다. 일부 유럽 국가의 금리 인하 단행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원화는 최근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3.6원 오른 1388.3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390원을 넘어섰지만,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오전 중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거래 한도를 35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늘리며 상승세를 진정시켰다. 원·달러 환율이 139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4월16일(1400.0원) 이후 약 2달만이다.
외환스와프 거래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현물환 시장에서 매입하지 않고 당국으로부터 조달한 뒤 만기일에 되갚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민연금의 대규모 현물환 매입 수요가 스와프 거래로 흡수돼 환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최근 원화 약세는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하는 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인하 분위기에 따른 달러 강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지난 3월에 이어 간밤 금리인하를 한번 더 강행했고, 영국도 8월쯤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3시 기준 105.64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100보다 크면 달러의 가치가 주요국 대비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과 러·우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전 세계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북한·러시아·이란의 관계가 공고해지는 양상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중시키는 요소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7월 프랑스와 영국 조기 총선 이슈가 남아있어 원·달러 환율의 불확실성은 7월 중순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7월 일본중앙은행(BOJ)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거나 국채 매입 감액폭이 시장 예상을 상회할 경우 엔화와 더불어 원화 강세 전환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도 “최근 유럽 정치 리스크와 글로벌 정책 차별화가 완화된다면 결국 달러 강세압력도 축소될 공산이 크다”며 “인하 개시 시점의 차이일뿐 하반기에 미국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 달러 강세폭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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