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가격 뛰는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피노누아 자손’ 가메로 만든 보졸레 텐 크뤼 와인이 대안/보졸레 샤르도네는 부르고뉴 남부 마꽁과 거의 흡사/소펙사코리아 보졸레 와인 마스터클래스 열어/박수진 WSA와인아카데미 원장 보졸레 와인의 매력 전파
앞에 놓인 한 잔의 샤르도네를 블라인드로 테이스팅합니다. 신선한 레몬과 감귤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자 잘 익은 복숭아와 서양배향이 피어납니다. 입에서 느껴지는 미네랄과 우아하면서도 생기발랄한 산도, 은은하면서도 깔끔한 과일 풍미가 잘 어우러지는 걸 보니 오크 사용을 절제한 부르고뉴 남단 꼬뜨 샬로네즈 마꽁 샤르도네 같네요. 그런데 놀라지 마세요. 베일을 벗은 와인은 보졸레 샤르도네랍니다. 보졸레에서 어떻게 부르고뉴 샤르도네와 흡사한 와인이 탄생할까요.
◆보졸레 샤르도네 마셔봤나요
소펙사코리아는 매년 보졸레 와인의 매력을 소개하는 마스터 클래스를 엽니다. 올해는 국내 대인 와인교육기관 WSA와인아카데미의 박수진 원장이 강사로 나서 보졸레의 토양, 품종, 양조방식, 텐 크뤼 마을별 와인들을 상세하게 설명해 보졸레 와인의 숨겨진 매력을 확인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마스터 클래스 첫 번째 와인으로 보졸레 샤르도네가 소개돼 큰 눈길을 끌었습니다. 보졸레는 주로 가메로 만든 레드 와인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보졸레에서 화이트 와인을, 그것도 샤르도네로 만드는 와인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네요. 나이아스와인이 수입하는 도멘 데 뉘그 보졸레 랑시에 블랑(Domaine des Nugues Beaujolais Lancie Blanc) 2022입니다. 샤르도네 100%로 빚는 와인으로 온도가 약간 올라갔음에도 굉장히 신선하고 산도감이 느껴집니다. 레몬으로 시작해 천도복숭아, 서양배의 약간 새콤하면서도 은은한 과일향이 느껴지고 미네랄 캐릭터도 상당히 좋네요. 깔끔하게 과일 풍미가 잘 올라오고 산도감도 상당히 뛰어납니다.
박수진 원장은 “이런 와인이 요즘 보졸레 남부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으며 보졸레 AOC를 달고 나오는 화이트 와인들이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평가합니다. 토양이 석회와 진흙이 좀 섞인데다 품종도 샤르도네라는 사실은 보졸레가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을 벤치마킹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요즘 핫한 부르고뉴 남부 마꽁(Macon) 스타일을 거의 흡사하게 닮았습니다. 따라서 꼬뜨 드 본의 몽라셰나 뫼르소처럼 막 묵직하고 파워풀한 스타일이 아니라 좀 더 신선하고 가벼운 스타일로 마시기 편해서 빨리 소비할 수 있는 와인입니다.
더구나 가격 대비 품질이 상당히 좋습니다. 요즘 부르고뉴 와인 가격은 “미쳤다”는 얘기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급등하고 있고 마꽁도 프리미에 크뤼 22개를 받으면서 가격이 엄청나게 뛰고 있습니다. 따라서 박 원장은 보졸레 샤르도네가 스타일은 마꽁과 비슷한데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고 절대 품질이 떨어지지 않아 마콩의 대안이 될 것 같다고 전망합니다.
사실 보졸레에서 텐 크뤼가 거의 탑으로 여겨지고 남쪽은 조금 평가 절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토양이 석회랑 점토로 이뤄져 뛰어난 샤르도네를 재배하기 적합합니다. 또 남쪽의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는 과일의 잘 익은 풍미를 보여주고 굉장히 깔끔한 산도까지 어우러져 앞으로 샤르도네가 보졸레 남부의 메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보졸레 AOC는 보졸레 전체 지역을 아우르지만 석회와 점토가 많이 섞인 남쪽이 사실상 중심입니다. 더구나 요즘 오가닉과 비오다이나믹 농법으로 내추럴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 추세입니다. 젖산 발효만 살짝하고 오크는 쓰지 않아 맑고 깨끗한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이 생산됩니다. 보졸레 남부는 프랑스 사람들이 ‘프랑스의 투스카니’로 부를 정도로 풍경도 엄청 예쁘니 프랑스 여행 계획이 있다면 보졸레 남부도 꼭 들러 보세요.
◆미슐랭 스타가 사랑한 와인
수입사 나이아스와인 이예진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이 와인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프랑스 리옹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수입사를 차리면서 친숙한 론이나 부르고뉴 와인을 찾으려고 프랑스로 날아가 와이너리를 돌아다녔답니다. 그런데 수입할 만한 와인을 못찾았어요.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작은 수입사라는 이유로 아예 와인을 줄 생각을 안하더군요. 실망하고 풀이 죽어 로컬 식당에 앉아 아무 와인이나 시켰죠. 화이트 와인이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이거 뭐지’ 하고 레이블을 보니 보졸레 와인이더군요. 바로 도멘 데 뉘그 보졸레 랑시에 블랑입니다. 부르고뉴의 비싼 샤르도네를 많이 마셔봤는데 딱 오크 안 쓰고 클리어하게 만든 마콩 와인 맛이더군요. 깜짝 놀라 같은 와이너리 레드도 주문했는데 역시 큰 충격을 받았어요. 북부 론의 시라 품종과 부르고뉴 피노누아 품종의 딱 중간 맛이에요. 섬세한 부르고뉴로 시작해 론의 파워풀한 탄닌이 더해지고 피니시도 아주 길게 이어져요. 그길로 와이너리로 달려갔죠. 처음에는 주변에서 보졸레 누보의 저렴한 이미지 때문에 팔기 힘들 것이라고 얘기하더군요. 하지만 맛있으니까 잘 팔려요. 전세계 많은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이 와인을 리스트에 올렸다는 사실도 수입한 뒤에 알았답니다.”
도멘 데 뉘그 랑시에가 리스팅 된 프랑스 미슐랭 레스토랑은 3스타 Groupe Georges Blanc(VONNAS), 1스타 Le Cep(FLEURIE), 2스타 Taillevent(PARIS), 2스타 Le Meurice(PARIS), 1스타 Les Oliviers(BANDOL) 등입니다. 미슐랭은 아니지만 랑시에가 리스팅된 프랑스 유명 레스토랑은 L’Ô des Vignes(FUISSE), Coteaux et Fourchettes(CAIRANNE), L’Auberge de Clochemerle(VAUX-EN-BEAUJOLAIS), Hôtel Domaine du Moulin(ENSISHEIM) 등입니다.
제라르 젤랭(Gerard Gelin)이 1976년 클로 데 뉘드(Clos des Nugues)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와이너리는 현재 아들 질레 젤랭(Gilles Gelin)과 아내 마갈리(Magali)가 운영하며 2018년 HEV 친환경 인증을 받았습니다. 와이너리가 있는 랑시에는 보졸레 최남단과 론의 경계에 있는 마을이며 보졸레 텐 크뤼에서 가장 파워풀한 와인이 생산되는 물레아방, 모르공과 가장 섬세한 와인으로 유명한 플레리 인근에 포도밭이 있습니다. 덕분에 선이 뚜렷하면서도 섬세한 와인들을 선보입니다. 도멘 데 뉘그는 플레리, 물레아방, 모르공 와인도 생산합니다.
◆보졸레에서 로마네꽁띠를 느끼다
텐 크뤼에서도 물랭아방, 모르공, 쉐나를 파워풀한 보졸레 생산지로 꼽습니다. 이중 세나스는 남쪽으로 플레리와 물레아방, 북쪽으로 줄리에나와 생따모르 사이에 낀 가장 작은 산지입니다. 주변의 명성에 가려 국내에서 찾기 힘든 텐 크뤼입니다. 쉐나는 오크나무란 뜻으로 오크나무가 많은 약간 고도가 높은 곳에 있습니다. 구조감이 있지만 너무 무겁지는 않은 캐릭터가 특징입니다. 많은 포도밭들이 약간 북향이라 잘 익은 과일 풍미보다는 기본적으로 좀 산도감이 있고 장기 숙성을 좀 해야하는 스타일로 생산됩니다.
도멘 휴고 앤 앤젤라(Domaine Hugo n Angela)의 오보라(OBORA)는 보졸레 텐 크뤼의 정체성을 잘 보여 줍니다. 신선하고 가볍고 현대적이며 살짝 내추럴의 스타일들이 조금 들어가 있는 스타일로 잘 만든 보졸레 텐 크뤼를 오픈할 때 기대되는 모든 것을 정확하게 충족시킵니다. 향을 맡는 순간 산딸기 같은 예쁜 붉은 과일 향들이 쫙 올라오고 뒤쪽으로 가면서 젖은 흙, 젖은 낙엽같은 약간 쿰쿰한, 내추럴 와인의 향이 살짝 보조를 맞춥니다. 딸기 캐릭터와 달콤한 과일향을 제대로 살린 세미 카보닉 스타일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보졸레는 20~30대의 젊은 생산자들이 굉장히 많답니다. 보졸레가 프랑스 안에서는 비교적 포도밭 가격이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죠. 보르도나 루아르보다 날씨도 좋아 젊은 생산자들이 보졸레로 많이 옮기기 시작하는 추세이며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휴고와 앤젤라도 이런 생산자중 하나입니다. 휴고 푸아젤(Hugo Foizel)은 올해 불과 23살로 16살때부터 와인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그는 2019년 보졸레협회에서 1년간 포도밭을 무상으로 렌트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와인을 만들기 시작해 2020년 자신의 첫 작품을 선보였는데 좋은 반응을 얻어 지금은 정식으로 렌트비를 내고 본격적으로 와인을 빚고 있습니다. 휴고는 부르고뉴 양조학교에서 만난 결혼한 아내 안젤라 큐블리에(Angela Quiblier)와 포도재배에서 양조까지 모든 것을 담당합니다. 휴고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유명한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Domaine de la Romanée-Conti)와 도멘 꽁뜨 조르주 드 보귀에(Domaine Comte Georges de Vogue)에서, 안젤라는 도멘 르호아(Domaine Leroy)에서 양조를 배웠습니다. 그의 와인에서 로마네 꽁띠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이유랍니다. 내추럴 와인을 표방하는 와이너리는 오가닉과 비오다이나믹 인증을 받았습니다. 포도줄기와 열매를 모두 사용하며 강하지 않은 착즙으로 부드러운 타닌감을 지닌 와인을 만듭니다. 과실미가 풍부하고 상큼해 무겁지 않고, 딸기향을 가득 품은 가메를 잘 표현합니다. 휴고의 고향인 샹파뉴 오브(Aube)에서 딴 OB, 보졸레(Beaujolias)에 딴 BO, 안젤라의 고향인 쥐라(Jura)에 딴 RA를 합쳐서 오보라 와이너리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도멘 휴고 앤 안젤라를 수입하는 라비 앤 와인 황성훈 대표는 운명처럼 이 와인을 만났다고 합니다. 셰프가 되기 위해 리옹의 유명한 요리학교 폴 보퀴즈에서 6년동안 요리 공부를 마치고 레스토랑에서 보조 셰프로 일하던 황 대표는 여러 도멘들을 돌아다니다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뛰어난 와인들을 만납니다. “프랑스는 개인간 와인 거래가 가능해요. 뮈지니를 저렴하게 살려고 알아보다 휴고를 만났습니다. 그는 보귀에 뮈니지를 들고나왔는데 구입한 경로를 물어보니 보귀에에서 일하고 받은 와인이라고 하더군요. 로마네 꽁띠에서도 포도재배부터 모든 양조 과정을 다 배웠다고 해요. 휴고에게 자신의 도멘을 세우면 꼭 초대해달라고 했는데 나중에 직접 가서 테이스팅 해보니 너무 맛있더군요. 바로 수입을 결정했죠. 처음에는 보졸레 빌라쥐로 시작해서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줄리에나, 물레아방, 쉐나까지 텐 크뤼 세종류를 만들고 있습니다.”
휴고는 보졸레 샤르도네도 만듭니다. 한국에 100병 정도 들어왔는데 순식간간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그는 이제 보졸레에서 피노누아 와인에 도전중입니다.
◆가메의 조상은 피노 누아
보졸레의 대표 품종은 레드 가메(Gamay)로 97%에 달합니다. 보졸레 누보 때문에 보졸레 와인은 풍선껌과 체리사탕처럼 인위적인 향이 강한 햇와인이며 가볍게 마시는 와인정도로만 알고 있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10개의 특별한 마을에서 생산되는 텐 크뤼(10 Cru)로 가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크렌베리, 체리, 산딸기 등 과일향이 풍성하고 스파이시한 향신료도 느껴지며 복합미가 뛰어납니다. 탄닌도 엄청 파워풀하고 산도가 좋아 10∼20년은 끄떡없이 버팁니다. 보졸레 텐 크뤼는 영할때는 꼬뜨 로띠 같은 북부론의 시라 품종과 비슷하지만 숙성되면 부르고뉴 빌라쥐급 피노 누아 품종과 비슷해집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가메의 조상이 바로 피노 누아이기 때문입니다. 레드 품종 피노 누아(Pinot Noir)와 화이트 품종 구에 블랑(Gouais Blanc)을 교배해서 탄생한 품종이 바로 가메랍니다. 풀 네임은 가메 누아 아 주 블랑(Gamay noir à jus Blanc)입니다. 캐릭터는 피노 누아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껍질이 얇아 색이 연하고 약간 섬세한 붉은 과일향이 느껴집니다. 다만, 피노 누아 보다는 풍미가 약간 가벼운 캐릭터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가메가 이산화황(SO2)에 취약하다는 점입니다. 와인에 SO2가 녹아 있으면 가메의 섬세한 풍미가 많이 묻혀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보졸레 지역, 특히 남쪽에서 내추럴 스타일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가메의 섬세한 향기를 제대로 살려 맛을 좋게 하려면 SO2를 적게 써야한다는 사실이 알려 지면서 내추럴 와인의 붐이 일고 있습니다. 품종자체가 내추럴와인에 아주 적합하다는 얘기랍니다.
◆보졸레 텐 크뤼
보졸레는 12개 아뻴라시옹이며 크게 보졸레 AOC, 보졸레 빌라쥐 AOC, 텐 크뤼 AOC로 나눕니다. 보졸레 AOC는 리옹의 바로 위쪽에 위치한 보졸레 남부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보졸레 전체 생산량의 33%이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 절반 가량이 바로 보졸레 누보로 판매됩니다. 보졸레 빌라쥐는 38개 지역, 생산량의 26%를 차지하고, 보졸레 텐 크뤼는 41%에 달합니다. 텐 크뤼의 생산량이 비교적 많기 때문에 착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겁니다.
텐 크뤼는 북쪽부터 생따모르(Saint Amour), 줄리에나(Julienas), 쉐나(Chenas), 물랭아방(Moulin a Vent), 플뢰리(Fleurie), 시로블(Chiroubles), 모르공(Morgon), 레니에(Regnie), 꼬뜨 드 브루이(Cote de Brouilly), 브루이(Brouilly)로 구성됩니다.
<물레아방>
텐 크뤼에서 물랭아방, 모르공, 쉐나를 파워풀한 보졸레 생산지로 꼽습니다. 특히 텐 크뤼에서 가장 유명한 물랭아방(626ha·평균해발고도 255m)은 ‘보졸레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파워풀한 와인으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물랭아방은 ‘풍차가 있는 언덕’이란 뜻으로 부르고뉴처럼 잘게 쪼개진 포도밭인 리외디(lieu-dit)가 무려 71개에 달합니다. 화강암과 점토질 비율이 좀 높아 부르고뉴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됩니다.
<모르공>
모르공(1083ha·평균해발고도 310m)은 텐 크뤼에서 두 번째로 큰 크뤼입니다. 프랑스 레스토랑서 가장 인기가 높은 텐 크뤼로 블루스톤 토양으로만 구성된 꼬뜨 드 피(Cote du Py)가 유명합니다. 내추럴 와인이 유명해지면서 인지도가 높아졌습니다. 망간이 굉장히 풍부해 피노 누아와 비슷한 스타일의 가메를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드론으로 촬영하면 모르공의 꼬뜨 드 피와 꼬뜨 드 브루이의 몽 브루이 2개만 볼록볼록 솟아 올라 있을 정도로 텐 크뤼에서도 높은 지대에 포도밭이 있습니다.
<플뢰리>
플뢰리(849ha·평균해발고도 340m)는 토양의 90%가 화강암과 규토질암으로 구성됐습니다. 플뢰리는 꽃이란 뜻. 이름처럼 천상의 화원같은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합니다. 전체적으로 향이 좋은 좀 더 섬세한 스타일의 가메 와인을 만듭니다. 해발고도가 높은 곳은 420m까지 올라가며 리 외디는 10개입니다. 특히 플레리 언덕 꼭대기는 라 마돈(La Madonne)은 고도가 높고 완전한 화강암 베이스의 척박한 토양이라 플뢰리 안에서도 좀 더 특별한 포도밭이라 여겨집니다. 아주 섬세한 꽃향기가 뛰어난 고품질의 가메가 생산돼 레이블에 라 마돈을 넣을 수 있습니다. 보졸레에는 그랑크뤼나 프리미에 크뤼는 아니지만 대신 밭이름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 리 외디가 있습니다. 보졸레와인협회 이중 7개를 프리미에 크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가장 오래된 협동조합 셀러가 있어 플레리는 보졸레의 가장 오래된 핵심 산지이기도 합니다. 해발고도는 평균 340m, 라 마돈은 거의 450m까지 올라갑니다. 핑크 그라니트가 많이 보이며 와인은 굉장히 섬세합니다.
샤토 드 플뢰리(Chateau de Fleurie)는 50∼100cm 깊이 화강암 토양에서 자라는 50년 수령 가메로 만들며 산화방지를 위한 이산화황(So2)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생딸기, 크렌베리, 블랙 커런트, 블랙베리로 시작해 서서히 감초같은 허브향, 다크 초콜릿향이 어우러지며 풍부하면서도 부드러운 탄닌이 돋보입니다. 60% 홀번치로 15∼20일 발효하고 오크통에서 8∼9개월 숙성합니다. 양파 수프, 쌀처럼 작은 꾸스꾸스는 파스타면으로 캐주얼하게 만든 음식이나, 장어구이의 불맛과 좋은 매칭이 됩니다.
<부르이와 꼬뜨 드 브루이>
텐 크루 가장 남쪽인 부르이는 전체 텐 크뤼 생산량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큽니다. 부르이 지도를 보면 가운데가 뻥 뚫려있는데 바로 별도의 AOC인 꼬뜨 드 브루이(310ha·평균해발고도 300m)입니다. 브루이와 꼬뜨 드 부르이는 둘다 이미 1938년 각각 AOC로 등록했습니다. 이 지역은 확실하게 뭔가 다르다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있었던 거죠. 고도는 평균 300m, 높으면 450m 이상 올라갑니다. 텐 크뤼중에는 시로블이 가장 높아 650m까지 올라가며 동쪽을 바라보면 몽블랑이 보일 정도입니다. 물랭아방의 명성에 가려져 있지만 꼬뜨 드 브루이도 굉장히 섬세하고 산도가 높은 스타일을 선보이는 매력적인 텐 크뤼입니다.
보졸레 와인 산지들은 계곡 사이에 펼쳐져 있는 곳이 많은데 꼬뜨 드 브루이는 화산 활동으로 생긴 하나의 커다란 언덕, 몽 부르이(Mont Brouilly)에 있으며 볕이 잘 들어 포도가 잘 숙성됩니다. 포도의 당도가 높아 알코올 도수도 많이 나오는 편이라 바디감 있는 와인으로 빚어집니다. 이곳에는 보졸레 와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블루스톤이 많은 지역입니다.
화산분출로 생긴 변성암(Metadiorite)의 일종인 블루스톤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면 와인에서 미네랄 캐릭터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블루스톤은 딱딱하고 척박한 토양이라 포도나무가 살아남기 위해 깊이 뿌리를 내리면서 다양한 풍미와 미네랄을 움켜 쥔 가메 포도가 생산됩니다.
꼬뜨 드 브로이 동쪽에 블루스톤 토양이 훨씬 많이 집중돼 있습니다. 줄리에나와 꼬뜨 드 부르이가 같이 약간 블루스톤 계열인데 스타일은 좀 다릅니다. 꼬뜨 드 부르이가 좀 더 파워풀한 느낌인 반면 줄리에나는 약간 스파이시하고 훨씬 더 맑고 깨끗한 느낌입니다. 꼬뜨 드 부르이도 조금 더 묵직하고 좀 구조감이 있는 스타일로 파워와 구조감이 뛰어납니다. 거기에 스파이시함이 잘 받쳐주면서 굉장히 탄탄합니다. 보졸레에 이 정도까지 파워풀한 와인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10년은 충분히 장기 숙성이 가능합니다. 보통 가메를 잘 만들면 약간 부르고뉴 느낌이 난다고 얘기할 정도로 부르고뉴의 대항마 같은 와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잘 만든 꼬뜨 로티 같은 느낌도 있어 파워풀하면서 순수한 시라의 붉은 과일 느낌과 스파이시를 잘 보여 줍니다.
보졸레 마을들은 보통 가운데에 언덕이 있고 그곳에 성당이 하나씩 있습니다. 예전에 전염병이 엄청 많았고 포도밭에도 여러 해충 문제가 많이 생겨 신의 가호로 포도밭을 보호받고 싶어 성당을 많이 세웠다고 합니다.
<줄리에나>
줄리에나(575ha·평균해발고도 330m)는 줄리어스 시저에서 마을 이름이 유래됐을 정도로 로마시대부터 포도재배를 많이 한 곳입니다. 보졸레 북쪽 큰 산지인 줄리에나는 텐 크뤼에서도 블루스톤 비율이 상당히 높은 지역이라 약간 스파이시한 캐릭터가 도드라지고 굉장히 맑고 깨끗한 느낌을 줍니다. 해발고도는 230~430m로 줄리에나 북쪽에 블루스톤 더 많고 남쪽은 점토, 자갈, 모래, 약간의 화강암으로 이뤄졌습니다.
<레니에>
레니에(380ha·해발고도 350m)는 가장 늦은 1988년 텐 크뤼로 지정된 곳입니다. 화강암이 63%으로 높은 편이고 리외디는 11개입니다. 샤토 드 라 피에르(Chateau de Pierre)는 50년 수령 가메로 만들며 양조과정에서 So2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내추럴 와인입니다. 죽은 효모와 함께 숙성하는 쉬르리(Surlees)도 사용합니다. 레드 베리와 블랙 베리, 이끼와 후추향이 어우러지며 진하고 부드러운 탄닌이 느껴집니다.
<생따모르>
생따모르(315ha·평균해발고도 280m)는 로마 군사와 시골 아가씨의 사랑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라 발렌타인데이 와인으로 많이 쓰입니다.
◆보졸레 양조방식
보졸레 와인은 탄닌을 적게 뽑아내는 카보닉 마세라시옹(Full Carbonic Maceration), 즉 탄산침용 방식으로 만듭니다. 풀 카보닉과 세미 카보닉 두 가지 방식을 사용합니다. 풀 카보닉은 말 그대로 탄산침용 100%입니다. 스틸탱크에 포도를 송이째 넣고 이산화탄소(Co2)를 직접 주입해서 만듭니다. 반면 세미 카보닉은 포도를 송이째 넣지만 이산화탄소를 넣지는 않고 발효때 자연적으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합니다. 실제로 풀 카보닉 생산자는 거의 없고 대부분 세미 카보닉을 선호합니다.
3단계 발효과정을 거칩니다. 먼저 통에 포도 송이를 통째로 넣고 뚜껑을 열어 놓으면 포도껍질에 묻어있던 효모때문에 자연스럽게 1차 발효가 진행되면서 Co2가 발생합니다. 이때 뚜껑을 닫으면 위쪽에 꽉 찬 Co2가 포도송이 주변을 둘러싸면서 산소가 접근을 못합니다. 산소가 점차 사라지면 효모는 활동을 중지합니다. 대신, 포도 알갱이 안에 있는 효소(엔자임·enzyme)가 2차 발효를 시작합니다. 바로 이때 예쁜 색이 우러나고 탄닌은 적으며 바나나, 체리사탕같은 보졸레 누보 특유의 약간 달콤한 과일사탕향이 얻어집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3차 발효에 들어갑니다. 효소는 기껏해야 3% 정도의 알콜도수만 만들어 내기 때문에 알코올이 더 필요합니다. 발효통 아래 깔려있는 포도즙은 1차 효모발효된 즙으로 압착하지 않고 포도 무게때문에 발효 통에서 저절로 흘러나온답니다. 이 프리런 주스(효모발효 즙)와 껍질에 맺어있는 즙(효소발효 즙)을 짜내 둘을 섞은 뒤 다시 효모를 넣어 3차 발효하면 세미 카보닉 방식이 완성됩니다.
탄닌은 포도 껍질에 많아요. 따라서 보통 레드와인 양조때 껍질에서 탄닌이 잘 빠져나오도록 발효 통 위로 떠오르는 섞어주는 ‘펀칭다운’이나 ‘펌핑오버’ 등을 통해 탄닌을 뽑아냅니다. 하지만 보졸레 누보는 이를 생략하고 껍질과 함께 발효하는 침용시간도 매우 짧답니다. 보통 2차 엔자임 발효를 2∼3일 정도 하다가 즙을 빼내 3차 발효에 들어가면 엄청 가벼운 보졸레 누보 스타일 와인이 얻어집니다. 반면 텐 크뤼는 2차 엔자임 발효를 2주 정도 길게 진행합니다. 껍질과 함께 두면 좀 더 탄탄한 맛을 보여주는 보졸레 와인이 탄생하죠. 따라서 텐 크뤼 보졸레는 인공적인 과일사탕맛 일변도의 보졸레 누보와는 맛의 차원이 다릅니다. 텐 크뤼는 크렌베리, 체리, 산딸기 맛이 풍성하고 스파이시한 향신료도 느껴집니다. 탄닌이 엄청 파워풀해 잘 만든 보졸레 와인을 숙성시키면 부르고뉴 피노누아와 구별하기 거의 힘들답니다. 텐 크뤼 보졸레는 10년 정도 장기 숙성도 가능해요. 텐 크뤼에서 리 외디, 즉 밭 이름이 적힌 보졸레는 심지어 세미 카보닉이 아닌, 전통 부르고뉴 방식으로 양조해 장기숙성이 가능한 파워풀을 와인을 만들기도 합니다. 반면 일반 빌라주급은 풀 카보닉도 사용합니다.
◆홀번치 발효
보졸레에서는 줄기를 제거하지 않고 포도송이째 넣어서 만드는 홀번치 발효를 사용합니다. 홀번치로 발효하면 복합미가 높아집니다. 줄기가 지닌 향이 풍미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탄닌이 적은 품종은 탄닌 구조를 좋게 만들어주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 줄기를 통째로 집어넣으면 향과 탄닌의 추출이 더 잘 됩니다. 줄기가 적절한 포도알 사이 간격을 유지해 포도즙이 그 사이로 왔다갔다 할수 있기 때문이죠. 포도알만 넣으면 떡처럼 돼버려 펀칭 다운이나 펌핑 오버 같은 방식으로 위와 아래 포도즙을 계속 섞어줘야 합니다. 따라서 보졸레에서는 포도가 줄기까지 잘 익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안 그러면 풋내가 납니다. 홀번치는 현재 부르고뉴에서도 대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로마네 꽁티를 비롯해 유명한 도멘의 거의 절반 이상이 홀번치로 양조합니다. 예전에는 줄기가 안 익어서 못썼지만 지구 온난화 영향의 줄기까지 잘 익기때문입니다. 또 론과 랑그독-루시옹에서도 홀번치를 많이 사용합니다.
◆보졸레 생산량과 재배방식
보졸레는 현재 2000여개 와이너리가 평균 8ha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상당히 소규모 생산자들이 많답니다. 부르고뉴 한 6~8ha 정도입니다. 협동조합은 9개, 네고시앙은 200개 정도로 보졸레는 네고시앙이 활발한 곳입니다.
보졸레는 ha당 5000~1만그루 생산합니다. 부르고뉴는 ha당 9000~1만그루, 보르도는 ha당 1만그루로 비슷하거나 조금 적은 정도입니다. 특히 보졸레 북쪽 화강암 언덕에 있는 텐 크뤼 들은 비교적 생산량이 적고 반면 아래 지역은 생산량이 많습니다. 텐 크뤼는 포도나무 밀도가 낮게 듬성듬성 심는데 고블레 방식인 부시 트레이닝으로 주로 재배합니다. 구조물을 세우지 않고 포도나무가 혼자 서 있는 스타일이라 프리스탠딩으로도 불립니다. 고블레는 보통 덥고 건조한 지역에서 많이 사용하지만 보졸레는 그렇게 덥고 건조한 지역은 아닙니다. 그래서 고블레 방식을 쓰면서도 포도나무 줄기가 어느 정도 자라 축축 처지기 시작하면 그 줄기들을 위로 한번 묶어 공기가 잘 통하도록 하는 약간 독특한 스타일의 고블레 방식을 사용합니다. 생산량이 많고 기계수확을 많이 하는 보졸레 남부는 부르고뉴에서 주로 쓰는 기요(Gyout) 방식이지만 줄기를 길게 올려 수확량을 늘리는 방식을 더 선호합니다. 최근에는 꼬르동 방식도 허용됐습니다.
◆보졸레 토양
보졸레 대표 토양은 편마암(Gneiss), 블루스톤(Bluestone), 화강암(Granites), 석영(Quartz), 이회암(Marls), 라임스톤(Limestone) 등입니다.
<화강암과 석영>
석회와 진흙이 섞인 화강암은 매우 척박하고 단단한 토양이라 포도나무가 뿌리기 내리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반 토양보다 생산량이 절반 가량으로 줄어듭니다. 생산자 입장에선 포도를 재배하기 어려운 토양이죠. 그럼에도 요즘 보졸레에서는 화강암이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올드바인입니다. 화강암을 뚫고 깊게 뿌리를 내린 올드바인은 기후변화 등 훨씬 더 강한 적응력을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생산량은 적지만 굉장히 풍부하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드는데 적합한 토양입니다. 보졸레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화강암은 약간 핑크빛이 돕니다. 화강암 베이스에 석영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주로 북쪽 텐크뤼에 많이 분포된 토양입니다.
<골든 락>
보졸레 남쪽에는 골든 락(Golden Rock) 토양이 많이 보입니다. 점토에 돌멩이 형태로 섞인 토양으로 석회가 살짝 황금빛을 띠어 골든 락이라 불립니다. 보졸레 남쪽 일반 AOC급 화이트 와인 생산자들이 요즘 레이블에 ‘피에르 도레(Pierres Dorees)’를 많이 표기하는데 골든 락의 프랑스어 표현으로 ‘황금의 돌’이란 뜻입니다. 석회암 베이스인 피에르 도레는 프리미엄 화이트 와인을 만들 때 꽤 가능성이 높은 토양입니다. 이처럼 보졸레 지역은 토양이 굉장히 복합적이면서 독특해 2018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았습니다. 보졸레 와인은 백레이블에 이 용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