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1일 무기한 집단 휴진 중단을 발표했다. 집단 휴진에 들어간 지 5일 만이다.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948명 중 698명(74%)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입장문에서 “현 상황이 장기화하면 중증·응급 환자들에게 실제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이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는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결정을 해 다행이다.
서울대병원 의사들의 진료 복귀는 지난 2월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시작된 의료 파업의 향배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말과 다음 달 초 집단 휴진을 예고한 세브란스병원(무기한)과 서울아산병원(일주일)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27일부터 나서겠다고 공언한 무기한 휴진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범의료계가 만든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그제 첫 회의에서 “의·정 협의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며 한발 물러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더 이상의 집단행동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넉 달을 넘긴 의료공백 사태로 환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공백을 더이상 못 참겠다”며 다음 달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1000명 이상이 모여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환자단체가 이 정도 규모의 집회에 나서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나고 있다. 오죽하면 맘카페에서 집단 휴진에 참여한 병원 리스트를 올리고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는가. 의료계 집단행동은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의대 증원은 압도적 국민이 지지하고 대법원 최종 결정까지 나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이제 ‘의대 증원 백지화’ 같은 비현실적·소모적인 주장을 그만 접어야 한다. 대책 없이 거리를 떠돌고 있는 전공의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부는 필요한 의사 인력을 추계하고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할 기구를 만들겠다고 했다. 의료계는 필수·지역 의료 수가 인상,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과 처우 개선, 의사 사법 리스크 경감 방안 등을 놓고 정부와 본격 협의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그동안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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