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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당해 편지썼다고요?”…서울시의원 발언에 사과 요구

, 이슈팀

입력 : 2024-06-24 18:10:57 수정 : 2024-06-28 14: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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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시의원 “사실이므로 사과할 이유 없어”
편지 쓴 A씨 “허위 발언으로 시설 쫓기듯 나와”
“발달장애인의 보편적 인지특성을 고려할 때 주변에서 세뇌에 가까운 편파적인 정보만 반복하여 제공하거나 (중략) 시위를 이벤트로 느끼게 한다면 얼마든지 현혹되어 시키는 대로 편지를 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합니다.”

 

지난달 3일 오후 2시에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나온 국민의힘 문성호 시의원의 발언 일부다. 시의회는 지난 3월21일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탈시설 조례)’를 폐지하라는 내용의 주민조례청구를 수리했다. 발달장애인 20대 A씨는 문 시의원에게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며 편지를 보냈는데, 이를 두고 문 시의원이 ‘시키는 대로 쓴 편지’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다.

 

서울피플퍼스트는 24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시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문 시의원의 발언이 발달장애인의 의사 표현 능력을 부정하는 비하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 결성된 서울피플퍼스트는 서울 발달장애인 100여명이 모여 만들어진 발달장애인 자조모임·단체 연합체다.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이다. 이날 회견에는 서울피플퍼스트 소속 활동가들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박유진 시의원 등도 참여했다. 

사건 당사자인 A씨는 통화 내용을 바탕으로 문 시의원의 발언을 반박했다. 문 시의원은 편지를 전달받은 뒤 “당사자와 면담을 진행했다”고 주장했지만 A씨는 문 시의원과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 4월27일 10여분간 통화만 했다는 것이다. 또한 문 시의원은 그가 “시설에서 거주하고 있지도 않은데 나가고 싶다고 주장하고 자유가 박탈된 것처럼 비난적인 묘사”를 했다고 지적했지만, A씨는 자립 전 지역사회에서 일상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체험홈’에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시설에서 퇴소하지 않은 상태였던 셈이다.

 

A씨는 문 시의원의 발언으로 20년가량 지냈던 시설에서 쫓기듯 나와야 했다고 토로했다. 문 시의원이 A씨가 거주했던 시설에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물으며 문제를 제기하자, A씨가 시설 측의 항의를 받고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는 설명이다. A씨는 문 시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설은 괴로운 공간이지만 동시에 집이고 같이 사는 동료(장애인)들은 가족”이라면서도 “하지만 시설은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드는 곳”이라고 썼다.

 

A씨는 “비장애인이 언젠가 가정에서 독립하는 것처럼 장애인도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 자립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지 시설을 매도하는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시의원의 발언에선 이러한 설명이 없다. A씨는 시설에 거주하고 있지 않고 인권침해를 당한 적도 없으면서, 마치 허위 사실로 시설을 깎아내린 사람이 된 것이다. 그는 “문 시의원이 내 생각이 궁금하다고 전화로 인터뷰를 요청해 최선을 다해 질문에 답했는데 나를 시키는 대로 편지를 쓰는 존재로 비하했다”며 “나뿐만 아니라 모든 발달장애인에게 사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시의원은 본인의 발언에 대해 “‘발달장애인은 세뇌당하는 존재’라 주장한 적 없다”며 “(발언 내용은) 사실이므로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A씨가) 편지에 시설을 인권침해의 장소처럼 묘사했다”며 “보내준 편지 내용을 해당 장애인은 물론 시설과 관계자 모두 철저하게 조사해보니 실제상황과 너무 다르고, 해당 장애인을 포함해 여러 장애인분이 탈시설 조례 관련해서도 잘못된 정보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조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날조 편지에 시설 종사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단체의 이익을 위한 호도 행위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문 시의원은 “장애인들을 이용해서 조작된 거짓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렸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시설과 나쁜 관계가 된 것은 조작된 편지로 시설을 매도하게 만든 (A씨가 작성한 편지를 전달한) ‘활동가 김씨’, 그리고 그렇게 세뇌한 단체들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과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가짜 내용으로 편지를 쓰도록 A씨를 종용한 활동가와 시민단체 측이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 시의원에게 편지를 전달한 김대현 피플퍼스트 활동가는 “어떤 근거로 A씨를 세뇌하고 현혹했다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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