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지장(百木之長· 소나무)을 주로 그리는 하판덕 작가의 특별기획전이 서울 양천구 목동 구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생의 가치에의 주목’이라는 주제의 이번 전시회에서 하판덕은 나무 중에 으뜸이라 백목지장으로 불리는 다양한 소나무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199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물성을 통한 표현과 민화의 현대적 재해석 등 다양한 표현 형식과 정신성을 가지고 작업해오던 그는 10년 전부터 소나무라는 사물에 귀착했다.
흔한 동양화나 서양화에서 보이는 소나무 그림이 아니라 색감이나 조형미가 센 다른 표현 형식의 작품이다. 소나무의 생생하게 살아있는 두꺼운 껍질과 질감의 오봉, 학 등이 작품 속 기호로서 그만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수없이 겹쳐 있는 소나무 껍질의 한겹 한겹이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듯, 인간의 삶도 희로애락으로 단단해진다. 어떤 풍상과 역경에도 반응이 없는 소나무의 일비일희하지 않는 그 담담함이 좋다”는 작가는 화폭 전면에 작은 점들을 빽빽이 찍어 놓고 그 점을 다시 그리면서 점을 만드는데 그 작은 점들은 양자역학에서 나오는 6개의 퀴크와 6개의 랩톤처럼 개별입자로 존재할 수 없고 관계성을 가지고 움직인다고 한다. 삶의 가치의 극점은 “관계성”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수없는 풍파를 겪으며 단단해지는 인간의 삶은 소나무의 단단하고 강한 껍질과 닮아있다고 말한다. 그런 만큼 풍파가 적지 않은 삶 속에서 흔들리고, 쓰러질뻔한 상황을 겪는 이들이 그의 소나무 작품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통해 나름의 위로를 받게 된다.
하판덕은 “내 고향 의령에는 수령이 600년이 넘은 소나무가 있는데 그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나에게 소나무를 그리라고 명한다”며 “소나무를 그리는 과정이 생이 무엇인가를 찾는 여정”이라고 설명한다. 중앙미술대전 우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연속 특선 5회, MBC미술대전 장려상을 받았다. 현재 호서대학교 예체능대학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전시는 7월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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