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셀프 쿠데타’ 의심…“통신 다 살려둔 것 의문, 철군 너무 신속”
“볼리비아軍 일부, 3주 전부터 쿠데타 모의”… 장성 등 17명 체포
정부 “軍내부 분위기 정보 있었지만, 수도 진군 예상밖… 상상 못 해”
남미 볼리비아에서 ‘3시간 천하’로 막을 내린 군부 쿠데타 배후에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실패한 쿠데타 과정을 놓고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은 쿠데타가 자신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27일(현지시간) AP·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르세 대통령은 쿠데타 실패 후 처음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에서 “나는 국민의 피로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어떻게 자기 자신에 대한 쿠데타를 명령하거나 계획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이 “자발적으로 행동한 것”이라며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아르세 대통령의 반박은 수니가 장군이 이번 쿠데타 시도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자작극이라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날 볼리비아에서는 군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대통령궁에 무력으로 진입하는 쿠데타 시도를 했으나 대통령의 강경 대응 방침과 시민들의 반발에 밀려 철수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대통령궁으로 들어온 수니가 장군과 대면했고 이 자리에서 철군을 요구했다. 이 장면은 현지 방송 유튜브를 통해 중계됐다.
수니가 장군은 같은 날 밤 체포돼 압송되기 전 현지 취재진에게 “최근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내게 자신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매우 엉망이라고 말했다”며 “대통령은 자신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뭔가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따라서 여러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만 일부 볼리비아인들은 수니가의 주장을 믿는다고 AP는 전했다. 야당 정치인들은 수니가의 주장에 동조하며 이번 반란을 ‘셀프 쿠데타’라고 불렀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던 카를로스 로메오는 “수니가는 명령을 받은 대로 각본을 따랐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명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과 내각 전체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던 점, 장병 동원 규모가 그리 크지않았던 정황, 대통령궁 인근 통신 시설을 차단하지 않은 채 살려둔 사실, 군대 움직임을 생중계하도록 둔 결정, 장병들이 신속하게 무리요 광장에서 물러난 것 등 ‘일반적인 쿠데타 흐름’과는 다르게 어떤 면에선 사전에 조율된 듯한 인상마저 준다는 주장도 제기된다고 볼리비아 언론들은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수니가 장군이 지금까지 군내에서 아르세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수니가 장군이 느닷없이 쿠데타 시도 선봉에 서서 정부 전복을 꾀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모습을 ‘현실감 없는 충격적인 장면’이라고 묘사했다. 복수의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실제 수니가 장군은 쿠데타 시도 불과 사흘 전인 지난 23일(일요일)쯤 친선 농구 경기에 아르세 대통령과 함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은 당시 다른 참석자들과 같이 단체 사진도 찍었다고 엘데베르는 전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이날 쿠데타와 관련해 육군 장성을 비롯해 1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에두아르도 델 카스티요 내무장관은 이날 공식 브리핑을 열어 “무위로 돌아간 쿠데타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17명을 체포했다”며 “이들은 대부분 군인으로, 전·현직 장성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우니텔을 비롯한 볼리비아 주요 언론에서 생중계한 이날 브리핑에서 델 카스티요 내무장관은 “이번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3명의 행방을 쫓고 있다”며 추가로 신병확보에 나선 이들이 있음을 강조했다. 앞서 델 카스티요 장관은 “일부 군 장성과 장교가 민주 정부를 전복시키고자 3주 전부터 치밀하게 쿠데타를 모의해 전날(26일) 실행에 옮기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업무 처리 지연을 비롯해 무력을 동원하지 않는 ‘소프트 쿠데타’ 움직임이 군 내에 있다는 정보를 이미 받은 상태였다고 델 카스티요 장관은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전날 대통령궁 주변에서 벌어진 형태의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며 “이는 국민 여러분께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피의자들의 유죄가 인정되면 15∼3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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