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믈리에협회 주최 제2회 한국호텔소믈리에대회 열려/소피텔 앰버서더 서울 김현욱 소믈리에 대회 2연패 영예/시험 문제 난이도 매우 높아 손에 땀을 쥐는 결선 펼쳐져
앞에 놓인 식사 코스 메뉴. 주어진 와인리스트에서 메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스파클링 와인,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을 추천하고 이유도 설명해야합니다. 주어진 시간은 불과 1분30초. 자주 보던 메뉴인데도 긴장한 소믈리에는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고 심지어 메뉴가 뭔지도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빛의 속도로 흐르자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히는 소믈리에. 한 순간 고민하더니 그동안 쌓은 방대한 음식과 와인 지식을 총동원해 나름대로 가장 최상의 조합을 찾아냅니다. 안도의 숨을 내쉬기 무섭게 주어지는 또 다른 무시무시한 과제들. 모두 22종의 와인 리스트중 팩트가 틀린 3가지 와인을 불과 1분안에 골라내라니. 소믈리에들은 난이도 높은 문제에 그만 혀를 내두르고 맙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호텔 소믈리에 되는 길은 역시 멀고도 험난하네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한국호텔소믈리에대회로 달려갑니다.
◆최고의 호텔 소믈리에를 찾아라
최고의 소믈리에를 선발하는 대회는 우리나라에 3개 대회가 있습니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가 주최하는 한국국제소믈리협회경기대회는 3년마다 열리는 세계소믈리에대회 한국대표를 뽑는 대회입니다. 매년 우승자를 선발한 뒤 3개 연도 우승자끼리 모여 ‘왕중왕전’을 펼쳐 국가대표를 선발합니다. 또 하나는 소펙사코리아에서 주최하는 소믈리에대회입니다. 소펙사가 프랑스농수산식품공사인만큼 프랑스 와인으로만 대회를 치릅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한국호텔소믈리에대회’가 더해졌습니다. 앞의 두 소믈리에 대회가 소속 업장을 구분하지 않지만 이 대회는 대표적인 프리미엄 식음료 서비스의 최일선이라 할 수 있는 국내 호텔 소속 소믈리에들만 출전합니다.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코리아호텔쇼 특설무대에서 사단법인 한국소믈리에협회가 주최하고 코리아호텔쇼가 주관한 제2회 한국호텔소믈리에대회가 열려 소피텔 앰버서더 서울 호텔의 김현욱 소믈리에가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의 영예를 차지했습니다. 이날 오전 진행된 필기시험과 블라인드 테이스팅 예선을 통과한 김판준, 김강민, 김현욱 소믈리에(이상 소피텔 앰버서더 서울), 박힘찬 소믈리에 (반얀트리), 차헌태 소믈리에 (조선팰리스) 5명이 결선 무대에 올랐습니다. 초대 챔피언 김현욱 소믈리가 다시 정상을 밟았고 2위는 박힘찬 소믈리에, 3위는 차헌태 소믈리에가 차지했습니다. 상금은 우승 400만원, 2위 200만원, 3위 100만원입니다.
대회는 음식과 와인의 페어링, 와인 브리딩과 서비스, 블라인드 테이스팅 등 항목을 평가해 종합 점수가 높은 소믈리에가 우승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와인 서비스 업무 숙련도와 위기 상황 대처, 와인 지식을 평가하는 높은 수준의 문제들이 출제돼 참가자뿐 아니라 행사장을 찾은 이들도 손에 땀을 쥘 정도로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하는 명승부가 펼쳐졌습니다. 대회 심사위원은 한국소믈리에협회 회장 이상준 소믈리에(대한항공), 한국소믈리에협회 회장직을 역임한 권홍식 소믈리에(금수장호텔), 상민규 소믈리에(뱅114), 이동규 소믈리에(롤링힐스 호텔)가 참여했습니다.
이날 대회에는 이탈리아 와인 유통기업 에티카와인스, 아영FBC, 더뱅셀렉션, 잭슨패밀리와인스, 신동와인, 비노파라다이스, 하이트진로, 어크로스더리버트레이딩코리아, 인터리커, 인디펜던트리쿼코리아, 빈티지코리아, 비니더스코리아가 후원사로 참여했습니다. 류주희 에티카와인스 한국지사장은 “소믈리에들이 다양한 도전의 기회를 갖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기쁘다. 앞으로도 소믈리에들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며 “전반적으로 문제가 어렵고, 시험 시간이 짧아서 수준이 매우 높은 대회였다”고 평가합니다.
◆예선부터 진땀 뺀 블라인드 테이스팅
우승자 발표 직전 예선 및 결선 블라인드 테이스팅 와인과 결선 문제 정답이 공개됐는데 베테랑 소믈리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대회 주최측이 최고의 자격을 갖춘 호텔 소믈리에를 뽑기 위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보입니다.
예선 블라인드 테이스팅 문제로 나온 와인은 이탈리아 벨라비스타 라 스칼라 프란치아코르타2017(Bellavista La Scala Franciacorta DOCG·수입사 에노테카코리아), 미국 하이랜드 이스테이트 샤르도네 맥민빌 AVA 윌라멧밸리, 오레곤 2022(Hyland Estate Chardonnay McMinville AVA Willamette Valley, Oregon·수입사 비니더스코리아), 프랑스 도멘 르베르 바로 메르뀌리 르 프랭땅 2019(Domaine Levert Barau Mercurey Le Printemp·수입사 신동와인)입니다. 세 와인의 국가, 지역, 품종, 빈티지를 맟춰야 하며 와인별로 2개 이상 맞춰야 본선에 오를 수 있습니다. 예선에 모두 12명이 참가했는데 5명만 결선에 진출할 정도로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프란치아코르타는 프랑스 샴페인처럼 2차 병발효와 숙성을 하는, 샴페인에 버금하는 스파클링 와인이라 구분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에서 크레망은 9개월, 기본급인 넌빈티지 샴페인은 1년, 빈티지 샴페인은 3년 숙성합니다. 그런데 프란치아코르타는 샴페인보다 긴 18개월을 병숙성합니다. 더구나 이탈리아 최초 프리미엄 프란치아코르타 벨라비스타는 이보다 훨씬 긴 최소 3년에서 9년을 숙성합니다. 복합미가 극대화 될 수 밖에 없어 샴페인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벨라비스타 라 스칼라는 240여년 전통의 세계 3대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Teatro alla Scala)의 공식 와인으로 2010년부터 사용되고 있으며 5년 이상 병숙성을 거칩니다.
미국 오리건 최고 프리미엄 산지 윌라맷밸리에서 생산되는 하이랜드 빈야드는 프랑스 부르고뉴 샹볼 뮈지니와, 몽라셰가 울고 갈 정도로 흡사한 피노누아 샤르도네로 유명합니다. 따라서 대회에 나온 샤르도네는 프랑스 부르고뉴로 착각하기 쉬워 정답을 맞히기 매우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1971년부터 윌라멧 밸리의 시작과 함께한 하이랜드 빈야드의 포도들은 붉은 화산토양의 일종인 조리(jory) 토양에 깊게 뿌리내려 뛰어난 미네랄을 움켜진 포도를 만들어 냅니다. 오너이자 와인메이커인 로렌트 몬탈리에(Laurent Montalieu)는 땅은 사람의 것이 아니기에 포도밭은 자연 그대로의 야성을 살려야 한다는 철학을 지녔습니다. 특히 와인 메이킹에 땅과 그 뿌리가 와인에 담겨야 한다고 믿는답니다. 하이랜드 에스테이트 샤르도네는 감귤류 시트러스, 잘 익은 흰복숭아의 과일향으로 시작해 잔을 흔들면 살짝 태운 나무 향, 헤이즐넛, 바닐라 스파이시가 피어납니다. 신선한 산도가 입안을 가득 채우고 버터스카치와 크리미한 질감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매력도 뛰어납니다.
◆와인전문가들도 울고 갈 본선 대회
예선도 쉽지 않았지만 본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첫 번째 문제는 <주어진 식사 코스 메뉴를 확인하고, 주어진 와인리스트에서 어울리는 스파클링, 화이트, 레드 와인을 추천 및 설명하시오. (1분 30초)>.
주어진 메뉴, 소믈리에가 선택한 와인이 상황과 음식에 어울리는지, 선택한 와인에 대한 설명은 적절한지에 대해 평가하는 문제로 주어진 무려 70종의 와인리스트에서 메뉴와 가장 잘 어우러지는 스파클링 와인,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각 1종을 선택해 시간내에 설명해야 합니다. 메뉴에 적힌 ‘Korean & French Club Dinner’ 라는 행사에 대해 알아차리고, 프랑스 와인을 추천할 경우 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메뉴는 대게 레몬 바이트, 참다랑어 타르타르 타코, 삐뚤이 소라 그라탕, 관자 카르파치오, 랍스터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벨루레, 농어 빠삐오뜨, 모라코 스파이스 양갈비 스테이크, 시트러스 치즈케이크입니다.
호텔 음식의 풍부한 경험과 방대한 와인 리스트 지식이 없다면 풀기 매우 어려운 문제로 평가됩니다. 특히 같은 식재료라도 소스에 따라 매칭해야 하는 와인이 달라지기 때문에 메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빠르게 와인을 찾아내는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브리딩 및 푸어링 서비스>. 무대의 게스트 4명을 대상으로 직접 와인을 서비스하는 실전 문제입니다. 친구의 40번째 생일을 맞이해 4명이 테이블에 앉아 메인 요리와 어울리는 레드 와인을 사전 브리딩 및 푸어링 요청합니다. 서비스 와인은 미국 프리마크 아비 나파밸리 까베르네 소비뇽(Freemark Abbey, Napa Valley, Cabernet Sauvignon) 2019(수입사 아영FBC)입니다. 세번째 문제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로 서비스를 진행하던 테이블에서 브리딩한 레드 와인 푸어링 직전, 친구의 제안으로 샴페인 주문 및 서비스를 요청합니다. 해당 서비스에 볼레로 리저브 브뤼(Vollereaux Reserve Brut)가 사용됐습니다. 2번과 3번 문제는 손님에 대한 환대, 손님이 주문한 와인이 맞는지 확인, 브리딩 기물 준비와 절차, 글래스 세팅, 서비스 순서 등 전체적으로 프로페셔널 한 모습으로 와인 서비스가 이뤄지는 지를 평가했으며, 모든 서비스를 주어진 시간 4분 30초 내에 완료해야 합니다.
프리마크 아비는 나파밸리 와인을 세계에 알린 유명한 ‘파리의 심판’ 당시 화이트와 레드 두 부문에 모두 출품한 유일한 미국 와이너리입니다. 프리마크 아비의 역사는 1886년 필라델피아 출신 조세피네 티치슨(Josephine Tychson)이 세인트 헬레나에 티치슨 셀라스(Tychson Cellars)를 설립하면서 시작됩니다. 나파밸리에 포도나무가 처음 심어진 것은 1983년이니 티치슨 셀라는 나파밸리 와인 태동기 와이너리로 조세피네는 최초의 여성 메이커로 기록됩니다. 프리마크 아비 나파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싱글빈야드는 아니지만 보통 20년 이상 장기숙성이 가능한 와인으로 밸리 플로어의 오크빌, 루더포드, 세인트헬레나, 산악지대의 하월 마운틴, 스프링 마운틴의 포도를 섞어 만듭니다. 허브 뉘앙스가 도드라지고 우아한 산미가 돋보이는 유럽 스타일입니다.
네 번째 문제는 스파클링 와인 1종, 화이트 와인 1종, 레드 와인 2종의 총 네가지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1분 30초 내에 답변해야합니다. 나라, 지역, 품종, 빈티지를 모두 맞추면 만점을 받을 수 있으며 특히 이 문항은 전체 평가 중 배점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날 우승한 김현욱 소믈리에는 3가지 와인의 품종과 지역을 맞춰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결선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출제된 와인과 정답>
1. 니콜라스 푸이야트 그랑 리저브 브륏(Nicolas Feuillatte Grande Reserve Brut·수입사 빈티지코리아)
▶정답: 프랑스 / 샴페인(샹파뉴) / 샤르도네, 피노누아, 피노뫼니에 /NV
2. 몸므쌍 보졸레 블랑(Mommessin Beaujolais Blanc·수입사 하이트진로)
▶정답 : 프랑스 / 보졸레 / 샤르도네 /2021
3. 라 리오하 알타 핀카 마르텔로 리제르바(La Rioja Alta Finca Martelo Reserva·수입사 비노파라다이스)
▶정답 : 스페인 / 리오하 / 템프라니요 / 2016
4. 샤또 드 뤼싹(Chateau de Lussac, Lussac Saint Emilion·수입사 더뱅셀렉션)
▶정답 : 프랑스 / 뤼싹 쌩떼밀리옹 (보르도) / 메를로, 까베르네 프랑 / 2008
다섯 번째 마지막 문제도 난이도가 매우 높아 결전 진출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주어진 와인리스트에서 잘못된 정보를 찾아내야 하는데 무려 22종의 와인 중 3가지 잘못된 정보의 와인을 골라내야 합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1분에 불과해 와인 리스트를 읽다가 끝이 날 정도로 본선 진출자들이 진땀을 빼게 만들었습니다.
<정답>
1. 앙리 지로 그랑크뤼 퓌 드 셴 에페르네 MV18(Henri Giraud, Grand Cru Fut de Chene, Epernay MV18)
▶정답 : 에페르네가 아닌 그랑크뤼 마을 아이(Ay) 지역.
2. 샤또 오브리옹 1등급 그랑크뤼 클라세 그라브 1982(Chateau Haut-Brion, 1er Grand Cru Classe, Graves 1982)
▶정답 :아펠라시옹은 그라브가 아닌 그라브의 세부 산지 페삭-레오냥(Pessac-Leognan).
3. 샤토 디켐 1등급 수페리에 소테른(Chateau d'Yquem, Premier Cru Superieur, Sauternes 1992)
▶정답 : 1992년에는 작황이 좋지 않아 샤또 디켐을 생산하지 않음.
1번은 상파뉴 그랑크뤼 마을의 정보를 자세하게 꿰고 있어야 맞출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랑크뤼 마을 리스트를 어느 정도 알고 있더라도 해당 샴페인이 어떤 마을인지 알고 있어야 골라낼 수 있습니다. 샤토 오브리옹은 보르도 그랑크뤼 1등급 5대 샤토중 그라브의 유일한 샤토여서 그라브로 혼동하기 싶답니다. 바로 이게 함정으로 정확한 세부 AOC의 지식이 있어어먄 답을 맞출 수 있습니다. 샤토 디켐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소테른의 디저트 와인이지만 역시 디켐의 빈티지 챠트를 정확하게 꿰고 있어야만 문제를 맞출수 있습니다. 대회는 이제 불과 두 번째를 맞았지만은 이처럼 난이도 만큼은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문제들이 출제될지 벌써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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