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폐지 계속 검토”… 불씨는 남겨둬
장관 4개월 공석… “부처 무력화” 비판
정부가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 신설에도 5개월째 장관 자리가 공석인 여성가족부를 현행대로 존치하기로 했다. 타 부처에 여가부를 통폐합하겠다는 기조에서 한걸음 물러선 것이지만 “여가부 폐지를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다”며 폐지 가능성은 접지 않았다.
행정안전부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정부조직개편안 브리핑에 따르면 이번 정부조직개편에서 여가부는 빠졌다. 여가부 기능을 인구부로 이관하지도 않았다. 김정기 행안부 조직국장은 “이번 개편안에는 시급한 저출생 문제 대응에 더 집중했다”며 “저출생 대응 컨트롤타워 강화에 대해 여야 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개편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이 반대하는 ‘여가부 폐지’는 제외하고, ‘인구부 설립’만 추진한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앞서 여당은 21대 국회에서 여가부를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야당이 완강히 반대하면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인구부 신설에 있어 여가부 존폐 여부는 큰 관심사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데 이어 국민의힘이 올해 총선에서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해 여가부를 통폐합시키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22대 국회에서라도 정부조직법을 고쳐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혀 왔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여가부를 존치시키면서도 폐지 계획을 접지 않았다. 김 국장은 “여가부 (폐지)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쳐 계속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답을 피했다.
여가부 장관 공석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가부에 대해선 지지층에서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있기 때문에 당장 정부조직법에 폐지가 반영되진 않았지만 추가 장관 인선 여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고 장관 임명에 부정적 뉘앙스를 풍겼다.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이 2월20일 사임한 이후 여가부 장관은 4개월 넘게 공석 상태다.
여성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여가부를 존폐 기로에 놓아두며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여가부 폐지 공약을 철회하면 폐지를 지지했던 유권자층이 반발할까봐 폐지 논의는 지속하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금은 여가부 폐지를 감당할 동력이 안 되지만 언제라도 이 카드를 쓰겠다는 건데, 폐지 논의와 별개로 여가부의 성평등 정책 역할은 제대로 해야 하지 않느냐”며 “지금 여가부는 장관도 없는 상태에서 아무런 정책적 결정을 하지 않고 중앙부처로서의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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