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키를 쥔 홍명보 감독은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거부했다. 이와함께 대한축구협회의 행정력을 비판했던 홍 감독이 돌연 마음을 바꿔 대표팀 감독 자리에 덥석 앉았다. 울산 HD에 남겠다더니 전북 현대로 팀을 옮긴 아마노 준을 향해 “최악의 선수”라고 지적했던 홍 감독의 비판이 민망해지는 순간이다.
홍 감독은 결국 울산을 떠나게 됐고,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앉았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실패로 인한 상처가 컸다고 말했지만 홍 감독에게는 두 번째 기회가 오게 됐고, 홍 감독은 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2013년 7월 동아시안컵을 통해 공식 감독직을 시작한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포함해 19경기에서 5승4무10패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도망치듯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 감독은 2014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온 뒤 결과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거취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극심한 비판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귀국 후 열흘 뒤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홍 감독이 이끌었던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은 출범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홍 감독이 당시 “소속팀에서 활약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수비형 스트라이커’라는 비아냥에 시달리던 박주영을 대표팀에 선발하는 강수를 뒀다. 박주영은 월드컵에서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조차 만들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박주영이 경기장에서 보여준 건 ‘0골 0슈팅 1따봉 1미안’ 뿐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득점을 이끌어야 하는 공격수의 부진은 대표팀 최악의 성적으로 이어졌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역대 가장 무난한 조 편성’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한국은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와 한 조에 묶였다. 남미팀이 없었고, 유럽의 강호나 세계 정상급 선수도 같은 조엔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 감독은 곽태휘를 제외한 모든 선수를 20대로 구성한 뒤 “한국은 젊고 강한 팀”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런 홍 감독의 모습에 한국에서는 8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했다.
홍 감독은 첫 경기 상대인 알제리를 1승 제물로 보고 이 경기에 총력을 집중했다. 평가전도 가상의 알제리인 튀니지와 가나를 선택했다.
대표팀은 러시아와 첫 경기를 가졌다. 대표팀은 1-1 무승부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지만 경기 내용적인 면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후반 22분 이근호의 슛을상대 키퍼가 공을 잡았다가 놓치는 실수를 저지른 덕분에 선취점을 올렸을 뿐 5분 뒤 곧바로 동점골을 내주기도 했다.
나쁘지 않은 결과를 맞은 2차전에서 대표팀은 알제리를 상대했다. 대표팀은 알제리를 상대로 전반에만 3골을 내리 헌납한 끝에 2-4로 졌다. 기성용의 어시스트를 받은 손흥민이, 이근호의 도움을 받은 구자철이 득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반드시 승리해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 대표팀은 벨기에를 만났고, 이 경기에서 0-1로 졌다. 대표팀은 1무2패로 초라하게 탈락했다.
8강을 기대했던 여론은 순식간에 식었다. 여기에 정성룡은 귀국을 앞두고 “퐈이야~~~~♡”라는 글을 올렸다가 비판 여론에 결국 글을 삭제했다. 귀국 후 홍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은 뜨거웠다. 축구팬들은 귀국하는 대표팀을 향해 ‘한국 축구는 죽었다’는 근조화한을 보내기도 했고, 일부는 엿을 던지기도 했다. 홍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홍 감독은 10일 오후 6시50분쯤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광주FC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대표팀을 맡게 된 배경 등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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