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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큰 것은 우월한가?… ‘크기’로 보는 현대 문명 실상

입력 : 2024-07-20 06:00:00 수정 : 2024-07-18 21: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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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 바츨라프 스밀 지음/ 이한음 옮김/ 김영사/ 2만2000원

 

최근 인기가 좋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1950년대에 비해 2∼3배가 커졌다. 미국의 평균 주택 면적은 1950년대에 비해 2.5배 넓어졌다. 1인당 평균 거주 면적으로 따지면 거의 4배가 늘었다. 면적 증가에 따라 자연스레 냉장고와 TV도 커졌다. 이면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상 유례없이 증가한 국내총생산(GDP)이 있다. ‘풍요로움’이 현대 사회의 성장과 팽창을 부추긴 셈이다.

그렇다면 ‘큰 것’은 우월한 것일까? 끝이 없는 ‘무한 성장’이 가능할까? ‘적당한 크기’ 혹은 아름다운 크기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바츨라프 스밀 지음/ 이한음 옮김/ 김영사/ 2만2000원

신간 ‘사이즈, 세상은 크기로 만들어졌다’는 에너지, 환경, 식량, 인구, 경제, 공공 정책 등 모든 분야를 과학·역사·예술·공학을 다양하게 아우르는 시선으로 ‘크기’를 논한다.

‘규모의 경제’라는 것은 현대의 진리처럼 떠받들어지지만 사실 늘 옳은 것은 아니다. 저자가 에너지 효율을 따져보니 세계 인구의 55%를 점유한 대도시는 에너지의 70%를 소비하고 온실가스의 70% 이상을 생성했다. ‘비효율’이다. 유조선이 지금의 크기에 머무른 것도 비슷한 이유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 비해 15배 이상 커진 유조선은 1970년 이후 몸집 키우기를 멈췄다. 크기가 커질수록 활용도 대비 건조 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탓이다.

사람의 몸도 마찬가지다. 키가 크면 수명도 길다고 생각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키가 클수록 암에 걸릴 위험도 커지고, 키가 1㎝ 커질 때마다 기대 수명은 0.4∼0.63년 줄어든다고 한다. 뇌는 어떨까. 뇌가 커지면서 머리가 좋아진다는 순기능만 있었다면 다들 거인과 대두를 선호하지 않았겠는가. 저자는 ‘걸리버 여행기’를 이르며, 진짜 인간의 키가 7층 건물 높이였다면 뇌는 200㎏에 가까울 것이고, 체중을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이 인간으로 기능하기 위한 최적의 크기가 현재의 뇌라는 것이다.

가장 조화롭고 아름다운 비례로 강조되는 1.618의 ‘황금비’ 역시 모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미인 대회 출전자나 미스 유니버스 얼굴을 분석해봐도 이들의 얼굴이 황금비와 맞아떨어지진 않았다. 저자는 두바이가 6000만달러를 넘게 들여 황금비를 반영한 직사각형의 ‘두바이 프레임’을 완공한 것을 두고 ‘끔찍한 사례’ ‘꼴불견’이라고 꼬집는다. 질서와 패턴, 보편적인 규칙을 선호하는 인간의 욕심일 뿐, 현실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꿰뚫는 단 하나의 불변 법칙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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