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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 해로워”… ‘미성년 SNS 금지’ 규제의 칼 뽑았다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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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27 12:39:42 수정 : 2024-07-27 12: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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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 논의 넘어 입법 움직임 확산

美 2023년 13개州서 관련 법률 23개 통과
플로리다州, 계정 만들 때 부모 동의 필수
프랑스, 18세 미만 접속 금지 초강수 논의
호주에선 14세 미만 아예 가입 금지 검토

美 13∼17세 46% “거의 항상 온라인에”
보건정책당국, “두뇌 발달에 악영향 우려”
“SNS가 남들과 비교·괴롭힘·혐오 유발
우울증·불안·자살 등 문제 일으켜” 강조

美 州정부·교육당국, 규제 칼날 빅테크로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페북 등 타깃
“유해한 알고리즘 사용” 집단 소송 하기도
일각 ‘표현의 자유’ 침해… 위헌 가능성 제기

21세기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현대인의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일부분이 됐다. 남녀노소 모두가 친숙하게 SNS를 사용해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대와 온라인을 통해 소통하는 시대다. 특히,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가 일반화된 세계에서 태어난 청소년들은 SNS가 더욱 친숙하다. 하루 중 절대 분의 시간을 소비해 SNS에서 정보를 습득하고, 인간관계의 상당 부분도 SNS를 통해 맺을 정도다. 그런데 전 세계가 이런 청소년들의 모습을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보기 시작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SNS에 이토록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 논의를 넘어 각종 법안과 규제로 청소년의 SNS 사용을 막기 위해 나서는 국가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상화된 청소년의 SNS 사용이 '중독'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하에 서구 각국이 10대들의 SNS 사용 규제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SNS에 몰입된 청소년들. AFP연합뉴스

◆전 세계로 확산하는 청소년 SNS 규제

청소년의 스마트폰 제한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SNS 업계를 주도하는 거대기술(빅테크) 기업들의 본거지인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해에만 13개 주에서 청소년의 SNS를 제한하는 것과 관련된 법률 23개가 통과됐다. 이 중 일부 주는 매우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는데 플로리다주의 경우 2025년부터 14~15세 청소년이 SNS에 계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14세 미만의 경우에는 아예 가입을 할 수 없다.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 제한은 이미 일반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1년 사이 버지니아와 오클라호마, 워싱턴, 캔자스, 버몬트, 코네티컷, 메릴랜드, 애리조나,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에서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2019년부터 교내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해온 캘리포니아주는 개빈 뉴섬 주지사가 지난달 아이들이 SNS에 집중하는 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며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더 엄격한 제한을 두게 할 것이라 선언했다.

프랑스는 13세 미만은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금지하고, 18세 미만은 틱톡·인스타그램 등 SNS에 접속할 수 없게 한다는 초강경 정책을 논의 중이다.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한 신경학자·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 10명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SNS를 제한해야 한다며 엘리제궁에 제출한 보고서가 실제 법안으로 추진된 것이다. 이미 교내 스마트폰 금지를 가이드라인을 통해 시행 중인 영국에서도 지난 4월 보수당 내각이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스마트폰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달 초 총선을 통해 영국에 노동당 내각이 들어섰지만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이 유해하다는 공감대가 초당적으로 존재해 법안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대만에서는 2015년부터 18세 이하 청소년이 디지털 기기를 ‘합법적이지 않은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담긴 ‘아동·청소년 복지 권익 보호법’을 시행 중이다. 이 법안은 2세 이하 영아의 경우 아예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까지 담았다. 네덜란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교내 사용을 금지했고, 호주도 14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가입 금지를 검토하는 등 청소년에 대한 스마트폰 금지는 대륙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폭 넓게 확대되는 중이다.

청소년들이 SNS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으며, 그들의 이런 행태가 정신건강에 유해하다는 공감대가 자리 잡은 것이 법안 제정이라는 구체적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3~17세 미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루 중 온라인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거의 항상’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지난해 46%에 달했다. 같은 대답의 비중이 24%에 불과했던 2014년에 비해 9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모습이 ‘중독’이나 ‘의존’에 해당하며 청소년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 보건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비벡 머시 공중보건서비스단 단장이 지난해 5월 19쪽 분량의 권고문을 내고 “SNS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안전하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면서 청소년에 대한 SNS 규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머시 단장은 SNS가 소수인종이나 성소수자 청소년이 동질감을 느낄 친구를 찾고 자기표현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등 이점도 분명하지만 두뇌 발달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이 더 크다면서 특히, SNS가 남들과의 지나친 비교, 괴롭힘과 혐오 등을 불러일으켜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불안, 자살 등 문제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10~24세 자살률은 2007년에서 2018년 사이 57%나 급증했는데 그 원인을 SNS에서 찾았다.

◆빅테크로 규제 칼날 이동

확산하는 공감대 속 규제의 칼끝은 본격적으로 SNS를 운영하는 빅테크로 향하고 있다. 교내 SNS 금지 등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가 아닌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규제를 통해 청소년들의 SNS 접근을 획기적으로 막겠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유튜브, 틱톡,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이 집중 규제의 대상이다.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13~17세 미국 청소년의 무려 93%가 유튜브를 사용한다고 답했고, 틱톡은 63%, 스탭챗 60%, 인스타그램은 59%에 달했다. 텍스트 대신 영상과 사진 등이 주가 되는 SNS 들이다.

미국 주요 지자체, 교육당국은 소송전의 형태로 이들 기업을 향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 뉴욕시는 지난 3월 청소년 정신건강에 위해를 가했다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스냅챗, 유튜브 등 청소년 사용 비중이 높은 5개 SNS 운영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SNS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독성 있는 플랫폼을 설계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유해한 알고리즘을 사용했다는 것이 뉴욕시의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41개 주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과도한 중독성으로 어린이와 10대가 정신건강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를 운영하는 메타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7월에는 SNS가 우울증과 불안감 등 청소년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야기한다며 미국 내 200개 교육청이 메타와 틱톡, 유튜브 등에 집단소송을 내기도 했다.

플랫폼 대상 규제법안도 등장했다. 미국 뉴욕주는 지난달 캐시 호철 주지사가 디지털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어린이 데이터 사용을 단속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어린이를 위한 안전법’과 ‘어린이 데이터 보호법’에 서명하며 법 시행을 공식화했다. SNS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규제해 SNS 중독을 막고, 폭력적·성적 콘텐츠에 노출되지 않도록 플랫폼의 책임을 확대하는 것이 법의 핵심이다. 미국 CNN방송은 “미국에서 알고리즘을 직접 규제하는 것은 뉴욕주가 처음”이라며 “전례 없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청소년들이 SNS앱의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동영상을 무분별하게 시청해 해악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만큼 뉴욕주의 이번 법 시행을 시작으로 다른 주 정부로 유사한 움직임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소년에 대한 SNS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SNS 기업 연합체인 ‘넷초이스’는 미성년자의 SNS 이용을 제한하는 법률이 기업이 정보를 자유롭게 배포할 권리와 미성년자가 정보를 획득할 권리 등 두 가지 측면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성년자의 SNS 장벽을 높인 법안에 ‘위헌 가능성’을 들어 오하이오주와 아칸소주 법원이 시행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청소년에 대한 SNS 규제가 확산할수록 ‘표현의 자유’와 충돌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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