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키로 당론을 모으고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위원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하며 이사 선임 절차를 계속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법에 ‘탄핵은 행정 각부의 장에 한해야 한다’고 돼 있다. 방통위 부위원장이 탄핵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다. 거대 야당의 억지 아닌가.
민주당의 의도는 뻔하다. 부위원장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로 가게 되면 이달 말 또는 8월 초 임명될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1인 체제로는 방통위가 어떤 안건도 처리할 수 없다. 방통위법은 ‘회의는 2인 이상 위원의 요구로 소집하고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민주당의 의도는 어떻게든 방통위의 업무를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방통위 무력화는 MBC의 새 이사진 선임을 막기 위함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MBC 사장 인사권을 갖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임기만료가 오는 8월 말인데 ‘방송 3법’과 ‘방통위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늘리고 이사추천권을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내용이 들어 있고,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원 4인 이상이 출석해야 개의할 수 있도록 못 박았다.
민주당 의도대로 오는 26일쯤 본회의에서 부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방통위 지도부가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이 부위원장이 사퇴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후임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임명하면 방통위 전체회의 개최 및 의결의 최소 요건이 갖춰진다. 민주당의 무리수는 방통위 업무를 잠시 지연시킬 수 있지만 실익이 없다.
지난 4·10 총선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다수 의석을 몰아준 것은 국회에서 힘자랑이나 하라는 뜻이 아니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입법에 매진하라는 요구다. 이를 외면하면 돌아오는 건 민심 이반일 수밖에 없다. 어제 나온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25%)이 국민의힘에 10%포인트 이상 뒤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립성이 생명인 공영방송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민주당의 횡포는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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