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사격 콤비’ 금지현·박하준, 韓 첫 메달 쐈다 [파리 2024]

공기소총 10m 혼성 종목서 銀

금, 임신 알고도 국제대회서 출전권
만삭 땐 국내대회 나가 경기력 유지
박, 2023년 亞게임서 소총에이스 성장
결선서 中 이어 아쉽게 2위 마무리

2000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이 일을 냈다. 지난해 5월 아이를 출산하면서도 올림픽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금지현(24·경기도청)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친구 박하준(KT)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메달을 안겨줬다.

금지현과 박하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앵드르주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종목 결승에서 중국에 12-16으로 패배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의 첫 메달이다. 아이 엄마이기도 한 금지현은 이번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통상 임신과 출산은 곧 경력단절로 일컬어지지만 금지현은 임신 중에도 국제대회에 나가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후 주위의 만류에도 만삭인 몸으로 국내대회에 출전한 모습이 화제가 됐다. 경기력을 유지한 상태로 올림픽에 나서기 위해서였다. 출산 후에는 주말마다 소속팀이 있는 수원에서 울산 집까지 800㎞를 오가며 육아와 훈련을 병행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아이의 사진과 함께 흔들겠다고 약속했다. 딸 ‘서아’의 엄마라는 것을 세상에 자랑스럽게 알리고 싶어서다.

박하준(오른쪽)과 금지현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샤토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하준은 사격 집안의 막내이며 셋째 누나인 박하향기(고성군청)의 영향으로 총을 잡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사격을 처음 시작했고 빠른 속도로 기량을 키운 박하준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하며 한국 남자 소총 에이스로 거듭났다.

박하준·금지현은 본선에선 631.4점으로 중국 조(632.2점)에 이어 2위로 금메달 결정전에 진출했다. 결선에서 경기 초 중국과의 스코어가 6점 차까지 벌어지기도 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2점 차까지 좁히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금지현은 결선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은메달과 함께 딸 서아 사진을 들며 “서야야, 엄마 메달 땄어”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구현모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