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가까이 귀환 못 해 ‘발 동동’
최근 항공기 안전사고도 잇따라
과도한 사업확장 부작용 가시화
2명의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우주비행사를 싣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간 보잉사의 유인우주선 스타라이너가 54일 이상 지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서 나사가 큰 고민에 빠져 있다. 스타라이너는 6월 5일 나사의 우주비행사 배리 윌모어와 수니타 윌리엄스를 태우고 발사되어 성공적으로 국제우주정거장과 도킹하였다. 보잉항공사가 개발한 스타라이너는 이번에 처음으로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우주정거장에 갔는데 우주선의 추진시스템에 문제가 생겨서 문제점을 확인하기 위해 지금까지 머물고 있다. 2019년 우주비행사를 태우지 않고 무인으로 발사했을 때에도 문제가 발생하여 우주정거장과 도킹에 실패하였고, 2022년에야 도킹에 성공하여 이번에 유인으로 발사하게 된 것이다. 보잉사는 1960년대에 아폴로 달 탐사 프로그램에서도 새턴-5 달로켓의 1단 로켓을 개발하며 미국의 우주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세계 최고의 항공우주전문회사이다. 2014년 시작된 나사의 유인 우주선개발 프로젝트에는 스페이스 X와 보잉사 등 2개 사가 참여하였는데 보잉사와는 42억달러(5조8000억원)에 그리고 스페이스 X와는 26억달러(3조6000억원)에 계약하였다. 스페이스 X는 유인우주선 개발에 대비해서 2012년부터 무인 우주선 ‘드래건’으로 우주정거장에 물자를 수송해왔다. 그리고 이것을 개량한 ‘크루 드래건’으로 2020년 5월 30일 2명의 우주비행사를 우주정거장에 성공적으로 수송한 이후 현재까지 13명의 우주비행사를 우주정거장까지 실어 날랐다. 보잉사의 ‘스타라이너’의 첫 유인 우주비행은 스페이스 X의 ‘크루 드래건’보다 4년이나 늦어졌는데도 현재 우주정거장에서 귀환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스타라이너’는 스페이스 X의 ‘크루 드래건’과 달리 미국 서부 지역의 사막에 착륙하도록 설계해서 우주선 뒤에 부착되어 있는 추진시스템이 정확하게 분리되지 않으면 육지에 착륙할 때 큰 충격으로 우주비행사가 위험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스페이스 X의 ‘크루 드래건’을 정거장으로 보내 2명의 우주비행사를 데려오고 ‘스타라이너’는 무인으로 착륙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무사히 귀환하기를 바랄 뿐이다.
보잉항공사는 유인우주선 개발에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 그동안 세계 최고의 안정성을 자랑하던 여객기도 문제이다. 오래전에 개발해서 사용하던 동체에 새 엔진을 달아 개조한 여행기인 ‘737맥스’가 2018년과 2019년 이륙 중 추락해서 수백 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가 나기도 했고 최근에는 비행 중 문짝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가 생긴 것은 경영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 비행기를 제조할 때 외주를 많이 준 탓이라고 한다. 이러한 영향인지 최근에는 새로운 여객기 수주를 받기도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어떻게 세계 최고의 항공우주회사인 보잉사가 이렇게 추락할 수가 있을까.
보잉사는 108년 전인 1916년 7월 15일, 목제사업으로 성공한 ‘윌리엄 보잉’이 설립한 항공우주방산회사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제트엔진을 장착한 장거리 폭격기인 B-47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잉 707 제트여객기를 개발하여 미국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하는 등 제트 여객기 시대를 열었다. 1970년에는 500명 가까이 태울 수 있는 2층 점보 747여객기를 취항하여 대형 여객기 시대를 열며 세계 여객기 시장을 휩쓸었다. 그러나 2017년, 비행 사고를 많이 낸 DC-10 여객기를 개발하여 경영난에 빠진 맥도널드 더글러스사를 인수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맥도널드 더글러스사에서 온 경영진이 보잉사 대표가 되면서 신뢰성과 안전성보다는 회사의 수익을 우선으로 생각하여 많은 부분을 외주 제작하고 경험 많고 우수한 항공기 기술자들이 퇴직하면서 최근에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였다. 문제가 발생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여객기의 특성상 항공사들이 외면하기 시작하여 경영에도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보잉사의 문제는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의 수많은 항공여행객의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도 보잉사가 다시 건강해지길 기원한다.
채연석 전 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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