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문재인정부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 업무가 급증했다. 그간 검사 지휘를 받으며 수사하던 경찰이 갑자기 수사종결권을 부여받고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돼 일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2022년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까지 밀어붙인 탓에 경찰의 부담은 더 커졌다. 당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검찰 무력화에만 골몰했을 뿐 그 짐을 떠안는 경찰이 어떻게 이를 감당해야 할지는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
수사 업무가 폭증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일선 경찰에서는 사건 처리가 늦어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인 2019년에 50.4일이던 경찰의 평균 사건 처리 기간은 올 상반기 59.1일로 20%가량 늘었다. 법조계에서 경찰의 사건 처리 지연이 체감할 만큼 늘었다고 우려할 정도다. 경찰의 수사 부서 기피도 심각하다. 수사하기가 힘들다며 어렵게 딴 ‘수사경과’ 자격증을 반납하는 경찰이 갈수록 늘고 있다. 2021년에만 3664명이 수사 파트를 포기했다. 오죽하면 경찰 내부에서 “수사 부서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겠나.
지난 19일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 부서에서 일하던 30대 A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혜화서 수사 담당 B경감이 한강에 투신했다 구조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 내부가 술렁거리고 있다. A경위는 동료에게 “죽을 것 같아. 인계서조차 쓸 수 없어”, “나가야 되는데 미치겠다 진짜로”라는 문자를 보낼 만큼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기자회견에서 “초임 수사관은 발령과 동시에 40~50건의 사건을 배당받으며 압박을 받아 왔다”고 주장했다. ‘수사권 조정을 원래대로 돌려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경찰 업무 과부하와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은 국가 수사력 약화와 사건 처리 지연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검찰청을 폐지해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검수완박 시즌2’를 강행할 태세다. 폐해가 더 심해질 것이 뻔하다.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의 결과가 사기 천국”이라고 일갈한 대전고등법원 모성준 판사의 경고를 깊이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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