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의 험한 말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파리올림픽에 출전 중인 일본 육상 경보 대표 야나이 아야네 선수가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의 일부다. 이날 일본 육상연맹이 혼합단체 경기에 전념하기 위해 여자 20㎞ 종목에는 출전하기 않기로 발표하자 비난이 쇄도하자 마음고생을 했다는 걸 표현한 것이다. 일본 대표팀 선수 중에 비슷한 일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력을 갉아먹는 이런 일이 일본 선수들만의 이야기는 아니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감시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유도 여자 52㎏급에 출전했다 2회전에서 패한 아베 우타 선수에게도 비난이 쏟아졌다. 남자유도 60㎏ 나카야마 류주 선수는 자신이 상대했던 스페인 선수에 대한 비방을 멈춰달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나카야마 선수가 준준결승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패하자 스페인 선수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해당 선수와 화해했다며 웃는 얼굴로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닛케이는 “SNS가 선수와 팬을 잇는 통로인 한편 익명으로 올린 공격적인 글이 올림픽 등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IOC는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처음으로 AI를 활용해 SNS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35개 이상의 언어로 주요 SNS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비방중상이 의심되는 말이나 영상, 그림문자 등을 식별해 악질적인 것으로 판단되면 해당 SNS 운영사업자에게 삭제를 요청한다. AI감시시스템은 지난해 열린 럭비 월드컵 프랑스 대회 등에서 활용됐다. 세계육상연맹은 지난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약 454만 건의 게시물을 AI로 분석해 선수에 대한 비방, 협박과 관련된 258건을 찾아냈다.
그러나 대규모 대회일 수록 관련 게시물이 워낙 많아 AI 감시시스템으로도 제대로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 IOC는 파리올림픽과 관련된 게시물이 5억건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닛케이에 “정신적 충격의 정도에 따라 민사 상 배상책임 뿐만 아니라 모욕죄,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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