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시청역 차량 돌진’ 운전자, 시속 107㎞ ‘풀 액셀’ 밟았다”

경찰, ‘운전 조작 미숙’ 최종 결론

“국과수 감정 결과 차량 결함 없어
피의자, 액셀변위량 99%까지 나와
인도 덮칠 당시 브레이크 안 밟아
사고직전 5초 중 4초 가속페달 작동
신발 바닥서도 액셀 문양 발견돼”

가해자 과실치사상 혐의 檢 송치

9명의 사망자를 낸 시청역 ‘차량 돌진 참사’ 발생 한 달 만에 경찰이 사고 원인을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68)씨의 조작 미숙으로 최종 결론 내렸다. 제동페달(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액셀)을 밟은 차씨 차량은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인도를 향해 돌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7월 3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1일 중구 남대문서에서 수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사고 원인에 대해 “피의자 주장과 달리 운전 조작 미숙으로 확인된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결과 가속장치·제동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차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 중구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면서 인도로 돌진하기까지 액셀을 밟았다. 일방통행로를 지나 시청역 교차로에서 BMW 차량을 추돌한 뒤에야 브레이크를 밟은 것으로 파악됐다.

류재혁 남대문경찰서장이 1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시청역 사고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보면 차씨는 차량이 인도를 덮칠 당시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사고 발생 직전 5초간의 기록이 담긴 사고기록장치(EDR)에는 5초 가운데 약 4초간 액셀이 작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레이크는 5초 동안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고, 브레이크등도 켜지지 않았다. 블랙박스와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충돌 직후 브레이크등이 잠시 켜진 것을 제외하면 주행 중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속 정도를 퍼센트로 변환한 액셀 변위량은 ‘풀 액셀’을 밟았을 때의 수치인 최대 99%까지 나왔다. 류 서장은 “액셀의 변위량은 최대 99%에서 0%까지로 피의자가 (액셀을) ‘밟았다 뗐다’를 반복한 것으로 기록됐다”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 차량 속도는 시속 107㎞에 달했다. 차씨가 순간적으로 액셀에서 발을 뗀 건 두 번 정도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발을 뗐을 가능성이 있다. 차씨가 신었던 오른쪽 신발 바닥에서도 액셀과 일치하는 문양이 발견됐다. 이는 차씨가 액셀을 세게 밟고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차씨는 사고 직후부터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줄곧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해 왔다. 차씨는 호텔 주차장 출구 약 7∼8m 전 차량에서 ‘우두두’하는 소리가 들려 이상을 느끼고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브레이크가 딱딱해져 밟히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인도로 차량이 돌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왼쪽에 있는 울타리를 보고 울타리를 충격하면 속도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도에 있던 보행자들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씨와 피해자 측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와 유족들은 모두 차씨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1일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차량 결함이 없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차량 이상에 따른 급발진이 의심되는 경우 전자장치인 EDR 기록이 잘못된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경찰은 차량을 정밀 검진한 결과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고, RPM·엔진 소리와 EDR 분석 결과가 일치하는 등 이번 사고에선 EDR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차씨는 지난달 1일 오후 9시26분쯤 호텔 지하주차장에서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한 뒤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등 9명이 숨지고 차씨 부부 등 7명이 다쳤다.

이정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