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소비자 환불 본격 개시
소비자원, 피해자 집단분쟁 절차 돌입
경찰이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지연 사태 여파로 연쇄 부실이 드러난 ‘해피머니’ 상품권 발행사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해피머니의 무리한 발행은 큐텐그룹의 가상자산 ‘큐(Q)코인’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영배 큐텐그룹 회장은 사업 확장을 위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2019년부터 큐코인을 발행했는데, 이는 해피머니나 도서문화상품권 등을 사는 ‘카드깡’ 수단으로 악용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큐코인은 싱가포르 소재 큐텐그룹의 계열사 큐브가 발행한 가상자산으로, 이를 통해 그룹 계열사인 티메프 등에서 선불충전금처럼 쓸 수 있었다. 통상 1큐코인은 1~1.2달러의 가치를 지닌다. 소비자들은 이를 카드깡 수단으로 활용했는데, 신용카드로 사들인 큐코인으로 다시 해피머니나 도서문화상품권 등을 구입해 현금화하는 식이다. 소비자는 더불어 카드 이용실적을 채우거나 카드사가 제공하는 해외 직접구매 포인트까지 챙길 수 있었다. 실제로 신한 ‘다모아카드’에서 불거진 포인트 부정적립 논란의 주역이 된 바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큐코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의 허점을 노렸다고 지적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상 국내에서는 신용카드로 월 100만원 한도를 초과한 상품권 구입은 금지된다. 아울러 신용카드 포인트 적립 등에는 상품권과 선불충전금 구매 실적은 제외된다. 이와 달리 싱가포르 큐텐에서 판매되는 큐코인은 해외 직구로 상품을 사는 것처럼 꾸며 하루 150만원까지 해피머니 상품권을 사들일 수 있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가맹점에선 상품권 판매를 구분해 포인트 적립을 금하지만, 해외 가맹점은 비자, 마스터카드 등의 망을 빌려 쓰는 구조이기 때문에 구분해낼 수 없다”고 털어놨다.
큐텐그룹은 큐코인을 2∼5% 할인하거나 가치를 수시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독려했다. 여기에 10%대 해피머니 할인율까지 더해 소비자를 유혹했다. 나아가 2022년부터는 ‘위시팜’ 서비스를 통해 큐코인을 예치하면 코인으로 이자를 지급하기도 했다. 코인 구매자의 자금을 일정 기간 묶어두는 사실상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하지만, 해외 서비스라 국내 금융당국의 규제망을 피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티메프 인수 과정에서 큐코인으로 모아놓은 자금이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큐텐은 최근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자 이날부터 큐코인 보유 한도를 최대 1000달러로 제한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자산을 신용카드로 구매하는 것 자체도 불법이고, ‘자금세탁’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부터 티메프의 일반물품 배송정보가 결제대행업체(PG사)에 전해지면서 소비자 환불이 본격 개시됐지만, 상품권과 여행상품의 환불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결제 규모가 크고 여행사가 따로 환불한 사례도 있어 정보 파악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날 오전 9시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여행·숙박·항공권 환불을 못 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집단 분쟁조정 신청을 받은 결과 오후 4시 기준 1732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접수는 9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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