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옛 원내총무), 사무총장과 함께 정당의 핵심 고위직이다. 그래서 흔히 ‘당 3역’이라고 불린다. 국회 교섭단체를 대표하며 상대 당과의 협상을 책임지는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선출한다. 정당의 자금과 조직을 관리하는 사무총장은 당 대표가 가장 믿을 만한 측근에게 맡긴다. 당의 정책 협의·조정을 맡는 정책위의장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비중이 떨어져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부터 당내 비주류에게 배려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5년 원내대표·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했다. 대야 협상을 아우르는 국회 운영 주체와 당의 정책 파트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021년 4월 러닝메이트 제도를 폐지한다. 고도의 정책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임에도, 원내대표 후보가 정책위의장 후보를 정할 때 계파나 출신 지역 등을 고려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의원을 낙점한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당헌에는 당 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치고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아 정책위의장을 임명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취임 후 거취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던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어제 늦은 오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서범수 사무총장 등 친한(친한동훈)계의 잇단 사퇴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던 친윤(친윤석열) 직계 정 정책위의장이 결국 백기를 들고 만 것이다. 정 정책위의장 교체 논란은 지도부 구성에서 서로 수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친윤계와 친한계의 주도권 다툼과 맞물려 있다. 현재 친한과 친윤이 각각 4명씩이어서 친한계는 정 정책위의장을 교체해야 5명의 우군을 확보할 수 있다.
당내에는 정 정책위의장의 버티기가 관례나 정치 도의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책위의장이 2021년 임명직으로 바뀐 이후 모두 6명이 임명됐지만, 그를 제외한 모두가 새 당 대표나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할 경우 사임했다. 정 정책위의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도 한 대표가 자신을 교체할 권한은 없지만, 당 내홍을 피하기 위해 용퇴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남겨 뒷맛이 개운치 않다. 정 정책위의장의 거취 논란은 친윤계와 친한계 갈등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방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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