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결국 한국행… 몬테네그로 법원 확정 판결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판결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은 성명을 내고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도형에 대해 한국으로의 약식 인도를 허용했지만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했다”며 “이 결정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이) 항소하지 않았으므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AFP연합뉴스

권씨의 범죄인 인도 행선지는 세 번째 바뀌었다. 지난 2월21일 몬테네그로 포드리고차 고등법원은 권씨를 미국에 송환한다고 결정했다. 무기 징역에 가까운 강력한 처벌을 받을 것을 우려한 권씨 변호인들은 항소했고, 3월5일 항소법원은 항소를 받아들여 재심리를 명령했다. 같은 달 7일 고등법원은 그를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한다고 결정했는데, 고등검찰청이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법원은 한국행을 확정판결했다.

항소법원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각한 고등법원의 결정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고등법원은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미국보다 빨랐다며 권대표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봤다.

항소법원 또한 “1심은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이 미국보다 순서상 먼저 도착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러한 점 등을 종합해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기각한 1심 판결은 그 이유가 명확하고 충분하며 2심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권씨 송환은 그간 결정 권한이 법원인지, 법무부 장관인지를 놓고 결정이 번복됐다. 사법부는 권씨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안드레이 밀로비치 전 법무부 장관은 대미 관계를 의식해 미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밀로비치 전 법무부 장관은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여러 차례 말했으며, 지난 5월에는 미국을 방문해 권대표의 사기혐의를 조사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당국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난 3월에는 항소법원의 결정으로 권대표의 한국행이 기정사실화됐는데도 대검찰청의 이의 제기를 대법원이 받아들여 한국 송환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만 최근 몬테네그로 정부의 부분 개각으로 밀로비치 전 장관이 교체됐고, 이로 인해 권대표는 미국행은 무산될 가능성에 놓였다.

권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해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했고 현지 공항에서 검거됐다.

이민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