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중 60%는 올해 2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고도 되레 주가는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반기를 주도한 반도체 대형주나 인공지능(AI) 관련주 등은 호실적이 예상됐던 터라 주가에 선반영된 탓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제시한 곳은 106개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영업이익이 증권사 컨센서스를 웃돈 기업은 57개사(53%)였다.
이들 기업의 실적 발표가 나오기 직전 거래일의 종가와 지난 2일 종가를 비교했을 때 57개사 중 34개사(59.6%)는 주가가 떨어졌다.
시장 기대를 가장 크게 뛰어넘은 기업은 2분기 영업이익 798억원을 기록한 한화시스템이다. 컨센서스를 80.2% 웃돈 실적 발표에도 이후 4일 만에 주가는 13% 떨어졌다. 실적 발표 당일인 지난달 30일 5.9% 급락했고, 다음날인 31일 코스피 지수가 1% 넘게 올랐던 상승장에서도 7.8% 추가 하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주가가 9.5% 급락했다.
이들 방산주가 지난달 15일부터 이른바 ‘트럼프 수혜주’로 떠올라 강세 랠리를 펼쳤던 만큼 투자자들이 실적 개선 발표를 차익 실현의 계기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영업이익을 낸 ‘반도체 3총사’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미반도체는 실적 발표 후 현재까지 각각 6%, 17%, 15% 내렸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실적 발표 당일인 지난달 25일 8.8% 하락했다. 지난 2일에는 10.4% 내리면서 13년 만에 최고 하락률을 기록했다.
AI 수혜주인 LS일렉트릭은 호실적 발표 후 1주일 새 35% 급락했다. 지난달 25일 실적 발표 당일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진 탓에 17.1%나 떨어졌었다.
이와 달리 HD현대중공업·HD한국조선해양·HD현대미포·삼성중공업 등 조선사, 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NH투자증권 등 금융사는 실적 발표 후 주가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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