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중국 지방 정부 인사가 두 달 간격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행사가 3번에 걸쳐 이어지는 등 한·중 간 고위급 소통이 원활히 유지되고 있다. 한·중 관계에 부는 훈풍은 최근 북·러 신조약 체결 이후 다소 어색해진 북·중 관계와 대비된다.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까지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8일 외교부에 따르면 스모우쥔 중국 간쑤성 부서기가 지난 6일 나흘 일정으로 한국에 들어와 방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를 방문하고 한-중 경제무역설명회에 참석하는 그의 이번 방한은 간쑤성 최고위 인사로는 최초라는 의미가 있다. 스 부서기는 전날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와 만나 “한-간쑤성 간 교류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한중관계 증진에 기여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스 부서기의 방한에 앞서 지난 4월엔 하오펑 랴오닝성 당서기, 6월엔 신창싱 장쑤성 당서기가 한국을 방문해 한-중국 지방정부 간 긴밀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 같은 교류는 현재로서는 정치적 성격보다는 경제협력에 방점이 찍힌다. 간쑤성과 랴오닝성, 장쑤성은 한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곳이다. 이들 지역의 인사가 한국에 와 소통을 이어가는 점은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 해소 등 한·중 간 경제협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로 물꼬를 튼 한·중 간 고위급 소통이 탄력을 받는 흐름 속 계속된 소통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경협을 넘어 외교 전반에서 거리를 좁힐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중국이 국제 무대에서 보이는 대 한반도 정책에 표면적인 변화는 없는 상태지만 ‘말보다 행동’을 본다는 외교가 해석에 따르면 물밑에서 한·중 관계 개선 흐름은 포착된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동안 중국은 한국과의 외교 행사들을 예정대로 수행하며 끈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과 더 나은 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련의 흐름을 짚어보면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리창 중국 총리와 양자회담을 가졌고, 이에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했다.
이후 지난 6월엔 차관급으로 격상한 양국 외교·국방부 간 '2+2' 형식의 한중 외교안보대화가 열렸으며, 지난달엔 제10차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가 개최됐다. 지난달 26일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조 장관과 왕 부장이 재차 양자회담을 가졌다.
외교가에선 이러한 한·중 간 소통 동력이 내년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시 주석이 한국을 찾은 건 지난 2014년 7월이 마지막이다. 그의 답방은 한·중 관계에서 오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2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 주석의 방한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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