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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모습이 바뀐다…북한 내륙 타격할 자폭드론의 역습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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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09 09:00:26 수정 : 2024-08-10 13: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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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드론. 먼 거리를 날아가 지상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순항미사일과 무인기를 결합한 새로운 무기가 전쟁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에서도 제한적으로 쓰이던 자폭드론의 가치를 크게 높인 계기였다. 전쟁 초기 미국산 스위치블레이드가 등장한 이후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까지 타격하는 자폭드론을 만들었다. 러시아도 이란산 샤헤드 자폭드론으로 공습에 나섰다.

이스라엘 IAI가 만든 하롭 무인기가 지상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IAI 제공

순항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수백㎞를 날아가서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자폭드론의 효과에 주목한 세계 각국에선 자폭드론 개발과 생산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침투한 사건을 겪은 군은 드론작전사령부를 지난해 창설한 이후 전략적 차원의 정밀타격이 가능한 중거리자폭드론 도입을 국외구매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2026년쯤 전력화될 예정이다.

 

◆미사일의 빈틈 메우는 효과

 

한국군이 자폭드론을 접한 것은 1990년대다. 군은 북한이 전방지역에 배치한 레이더를 파괴하기 위해 1990년대 말에 이스라엘에서 하피 무인기를 도입했다. 

 

IAI가 개발한 자폭드론인 하피는 자동으로 레이더파를 역추적해 자폭,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무기다. 적군이 레이더를 꺼도 공중에서 최대 3시간을 맴돌다가 레이더 전파를 다시 발견하면 공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500㎞에 달하는 항속거리를 갖췄다.

 

하피 도입 이후 잠시 잊혀진 자폭드론의 가치는 2022년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 이후 다시 주목받게 됐다.

육군 장병들이 무인기를 띄우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육군 제공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침투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드론작전사령부 창설을 지시했고, 지난해 만들어진 드론작전사령부는 정찰용 드론과 소형 자폭드론 등을 갖추면서 작전능력 강화에 나섰다.

 

드론작전사령부에 배치된 자폭드론(LOW급)은 이륙 후 위성항법장치(GPS)와 관성항법장치(INS)를 사용해서 사전에 계획된 경로로 비행해서 지상 표적을 타격한다.

 

하지만 항속거리와 비행시간이 짧은 자폭드론으로는 전술적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기존에 계획된 대로 비행을 하다보니 이동중인 표적이나 터널·벙커 등에서 갑작스레 나왔다가 사라지는 표적은 공격하기가 어렵다.

 

오랜 시간 비행이 가능한 자폭드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최근 북한은 휴전선 일대에 배치할 전술지대지미사일 발사차량(TEL) 250대 인도식을 개최, 대남 압박수위를 높였다.

 

미사일 발사차량은 갱도진지 등에 숨어있다가 미사일을 쏘고 사라지는 방식으로 운용될 전망이다. 한국군을 기만하고자 북한이 과장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기존 장사정포보다 더 큰 위협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2023년 9월 26일 국군의날 기념 행진에서 자폭드론이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N-23을 비롯한 탄도미사일 TEL과 대구경방사포, 지대공미사일처럼 기동성과 화력을 갖춘 전략무기도 위협적이다. 

 

이들 표적은 전장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는 단계 또는 미사일 발사 전에 포착, 육군 탄도·순항미사일과 공군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으로 공격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표적을 사전에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부는 놓칠 수밖에 없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한미 감시자산에 포착됐다가 사라지는 표적도 있다.

 

이를 타격하려면 하피처럼 오랜 시간 체공하다가 표적이 탐지되면 공격, 자폭하는 무인기가 필요하다. 이동표적 공격에 제약이 있는 미사일의 ‘빈틈’을 자폭드론이 채우는 셈이다.

 

한국군에 유리한 작전 여건을 갖추는 역할도 가능하다. 지난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군은 이스라엘산 하롭(HAROP) 자폭드론을 투입, 아르메니아 방공망과 미사일 등을 공격했다.

 

비행거리가 1000㎞에 달하며 원격조종이 가능한 하롭의 위력은 전쟁에서 명성을 떨친 튀르키예산 바이락타르 무인기가 뛰어난 전과를 올린 것, 아제르바이잔군의 지상전이 성공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스라엘 IAI가 만든 하롭 무인기. 게티이미지

한국군이 이같은 방식을 사용한다면 북한으로선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폭드론은 저렴하고 효과적인 무기로서 전쟁의 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자폭드론 공격을 저지할 방어체계 개발이 세계 각국에서 진행중이지만, 여전히 자폭드론이 우위에 있다.

 

우크라이나군처럼 북한군이 대공포나 견시 등의 재래식 방법까지 동원하면 탐지·요격이 가능하겠지만, 전선에 투입할 북한군 병력과 자원을 드론 요격에 투입하는 것만으로도 북한군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드론작전사령부도 창설 직후부터 기존 자폭드론보다 성능이 우수한 하이(High)급 자폭드론 도입을 구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중거리자폭드론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중거리자폭드론 도입은 지난해 8월 합동참모회의에서 긴급소요결정이 내려졌고, 지난 4월까지 선행연구가 진행됐다. 방위사업청은 제안요청서 작성과 입찰공고, 시험평가 등을 거쳐 2026년에 중거리자폭드론 전력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하는 자폭드론처럼 초저가로 대량생산해 수백㎞를 날아가서 고정 표적을 타격하는 것보다는 성능이 더 우수한 기종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북한군의 전자전 공격에 대비한 GPS 전파방해 능력, 원격조종 기술, 광학 및 적외선 영상 센서 등이 추가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탄도미사일 TEL이나 초대형방사포 등의 이동표적을 정밀타격할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스라엘 엘빗이 만든 스카이스트리퍼 자폭드론. 엘빗 시스템스

◆외국에선 다양한 자폭드론 개발

 

드론의 군사적 활용에선 튀르키예보다도 뒤진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수백㎞를 비행할 수 있는 자폭드론이 개발되어 운용중이다.

 

무인기 개발과 운용에서 가장 앞선 이스라엘은 다양한 종류의 자폭드론을 갖추고 있다.

 

엘빗은 스카이스트라이커(SkyStriker) 자폭드론을 만들었다. 동체 내부에 장착된 5~10kg 탄두를 이용해 운용자가 지정한 표적을 찾아내서 타격한다. 

 

전기 추진 방식을 사용해 소음과 열 방출을 최소화하면서도 10분 이내에 20㎞ 거리에 도달할 수 있는 고속성능을 지녔다. 5kg 탄두를 장착하면 최대 2시간, 10kg 탄두를 장착하면 최대 1시간 동안 표적을 추적하며 비행한다. 100㎞ 이상을 날아갈 수 있다.

 

IAI가 개발한 하롭은 최대 1000㎞의 비행거리를 갖고 있다. 자폭기능을 갖춰 다양한 전술적 상황에서 사용될 수 있다. 중간 유도와 배회 비행 등은 자동화되어 있으며, 표적획득과 공격은 광학 및 적외선 영상 센서를 통해 지상통제소에서 원격으로 이뤄진다.

 

유비전이 개발한 히어로(HERO) 시리즈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성능을 지닌 파생형을 갖고 있다. 특히 히어로-1250은 30kg의 탄두를 탑재하고 200㎞ 이상을 비행한다. 전략적 표적 타격과 더불어 전방의 방호벽을 우회에서 공격하는 능력도 있다. 

육군 장병들이 무인기를 띄우고 있다. 육군 제공

비행 도중에 정보, 감시,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적군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임무도 가능하다. 작전적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대목이다.

 

미국 안두릴사의 알티우스(ALTIUS)-700M은 탄두 중량이 15㎏에 달해 전차도 파괴할 수 있다. 비행거리가 100㎞가 넘으며 1시간 이상이 비행이 가능하다.

 

튀르키예의 로빗 테크놀로지(Robit Technology)가 만든 아자브(Azab) 자폭드론도 있다. 제작사에 따르면, 아자브는 방공시스템을 우회에서 표적을 파괴하도록 설계됐다. 

 

아자브는 T150과 T200 버전으로 구분된다. 제작사는 T200의 경우 항속거리가 500㎞이고15kg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파방해체계를 갖췄고 레이더 반사면적도 낮다고 제작사는 주장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자폭드론은 데이터링크와 무인 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기술적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선진국 외에 개발도상국에서도 상당한 성능을 지닌 자폭드론을 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순항미사일과 유사한 개념, 파괴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가격 대비 효과가 높은 자폭드론은 전장의 모습을 바꿀 무기로 꼽힌다.

 

특히 오랜 시간 체공하다가 표적을 발견하면 정밀타격하는 중거리 이상의 자폭드론은 고도의 위장술을 사용해 정체를 숨기고 신속히 이동하는 북한 탄도미사일과 지대공미사일 등을 저지할 수단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토대로 기존보다 더 우수한 드론 확보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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