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시절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프로그램으로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가 폐국 위기에 내몰렸다. 방송의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서울시의회가 TBS에 대한 서울시 출연금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를 통과시키고, 조례가 시행·공포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예산이 바닥나면서다. 당장 다음 달부터 직원 월급도 못 줄 형편이라고 한다. TBS는 방송인 김어준씨 등을 겨냥해 “사재를 털어서라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압박하는 한편, 시의회에 20억원을 긴급 지원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시의회는 이를 거절했다.
서울시의회는 9일 김혜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 “TBS 지원 조례안은 이미 폐지됐고, 이제 예산 편성 여부는 의회가 결정하지 않는다”며 시의회 차원의 추가 지원은 없다고 못 박았다. 시의회는 “TBS는 그간 시의회에 본인들의 입장만 강력히 고수했을 뿐 서울시의회가 요청한 개혁의 노력은커녕 의회에 대한 존중도 없었다”며 “(지원 요청에 대한) 성의 있는 검토를 바란다면 먼저 의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성구 TBS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전날 기자설명회를 열어 “TBS는 개국 34년 만에 폐국 위기에, 250명의 구성원과 그 가족은 삶의 터전을 잃을지도 모르는 운명에 놓여 있다”며 “시의회에는 TBS가 시민의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을 부탁드리고 시는 이러한 고민을 함께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행은 그러면서 “(진행자였던 김어준씨 등) 과거 정치적인 편향성 논란을 일으킨 분들은 지금 회사를 나갔는데, 남은 직원들이 그 멍에로 인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은 정말 부조리하다”며 “(편향성과) 관련이 없는 TBS 직원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을 빨리 멈춰주고, 긴급한 지원을 추진해주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7일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공문을 보내 ‘20억원의 재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지금 사태가 얼마나 위급한지, 그런 사태가 오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하려 보낸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행은 “연말까지 50억원 이상이 필요한데 20억원은 정말 최소한”이라며 “저희가 최대한의 노력과 비용 절감을 통해 그 정도만 있으면 버텨보겠다는 간곡한 표현”이라고 했다.
시의회는 2022년 11월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 근거인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올해 1월1일부로 폐지하는 조례안을 가결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시가 조례 시행 유예를 시의회에 요청하면서 올해 6월1일로 한 차례 연기했다. 시는 4월26일엔 지원 종료 시점을 9월1일로 3개월 더 유예하는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했지만, 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상정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지난 6월1일부터 TBS에 대한 시의 지원이 완전히 끊겼다. 연간 예산의 70% 이상을 시 출연금에 의존해온 TBS는 존폐 기로에 섰다.
현재 TBS는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직원이 360명 규모였으나, 조기 희망퇴직과 자발적 퇴직 등을 통해 현재 250명까지 인력을 감축했다고 이 대행은 전했다. 6월부터는 무급휴가제 시행 등으로 인건비를 25% 절감했고 업무추진비도 아예 없앴다고 한다. 이 대행은 아울러 공공기관·업계 단체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거나 협찬을 받는 등 수익 다각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소상공인·소비자를 위한 경제·금융정보 제공과 재난안전방송 비상체계 유지 등 공익 방송으로서의 의무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TBS의 지배구조를 전환해 민간 투자자를 구하려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고 이 대행은 설명했다. 이 대행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월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언급한 TBS 민영화 불발시 ‘차선책’에 대해서는 “그건 시가 판단할 부분”이라고 답변을 피했다.
이 대행은 TBS 폐국 위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김어준씨 등을 향해선 “저는 ‘그들’이 사재를 털어서라도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에 대한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그는 “뉴스공장 상표권 문제가 제일 중요하고, 그 밖에 범법사실이 있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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