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의 숨김도 없어…청문회서 명백히 이야기하겠다"
김봉식 신임 서울경찰청장(57·경찰대 5기)이 '마약 세관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직과 영혼을 걸고 말하건대 외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16일 취임한 김 청장이 외압 의혹을 부인하면서 '직'을 걸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청장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건이 커졌고, 국가 기관(관세청)을 대상으로 한 수사다 보니 체계적인 수사를 위해 서울경찰청이 하는 것이 맞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 전부"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청장 본인이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사건을 이관할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하라는 통상적인 수준의 지시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외압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김 청장은 "이후 영등포경찰서의 강력한 수사 의지가 있었고, 어느 정도 수사가 진행됐다고 하기에 계속 영등포서에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며 "직을 걸고 말할 수 있는데 수사 외압은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청장은 영등포경찰서가 세관 마약 사건을 수사하던 지난해 10월 사건 지휘부였던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이었다. 이 때문에 서울청장 취임 후 외압 의혹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낼지 주목받고 있었다.
◇"대통령실 알고 있다"…백 경정은 외압 주장
이 사건의 핵심은 다국적 마약 조직원들이 인천공항으로 필로폰을 대량 밀반입하는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이 통관절차를 눈감아줬다는 의혹이다. 외압 의혹은 영등포서가 언론 브리핑을 닷새 앞둔 지난해 10월 5일 불거졌다.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현 전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은 이날 오후 5시쯤 영등포서 사건 책임자 백해룡 경정에게 전화해 '세관 직원들의 연루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를 보도자료에서 빼달라고 종용했다. 조 경무관은 이 사건과 관련 없는 부서에서 근무해 의혹이 증폭됐다.
이날 오전에는 서울경찰청 간부가 백 경정 등 영등포서 사건 담당자들과의 회의 때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언론에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조직원들이 마약을 반입한 방법 등 세관 직원의 연루 가능성이 담긴 내용이 빠졌다.
백 경정은 자신의 직속 상사였던 영등포경찰서장 김찬수 총경으로부터 "용산이 해당 사건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압박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김 총경은 올해 초 영등포서에서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실로 파견됐다.
'세관 관련 문구' 삭제에 본인이 맡던 대형 사건을 시도경찰청으로 넘기라고 하니 백 경정 입장에서는 '외압'이라고 느껴질 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후 서울경찰청으로 이관하지 않고 영등포서가 다시 사건을 맡았으나 '언론에서 외압 의혹에 관심을 보이니 이관을 철회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통화내역 조회해도 외압 내용 없을 것"…강하게 부인
반면 통상 주요 사건은 영등포서 같은 일선 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등 시도경찰청으로 이관되는 만큼 김 청장이 '이관 검토'를 지시했다는 이유로 외압을 행사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수사 체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관 검토 지시'가 이상하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관 연루 마약 사건 정도라면 충분히 이관을 검토할 만했다"고 했다.
김 청장도 "용산 대통령실이나 관세청과 관련성이 없다"며 "제 통화내역을 다 조회해도 외압(내용)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청장은 보도자료에서 '세관 관련 내용'이 삭제된 경위와 관련해선 "그 부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하루 한두 건만 보고받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다 기억할 수 없다"고 했다.
◇20일 '외압 의혹' 청문회 증인 서는 서울청장
다만 김 청장이 현 정권 출범 후 고속 승진한 데다 윤석열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경찰 서열 세 번째 계급 치안감으로 승진한 지 9개월 만인 올해 6월 서열 두 번째 계급 치안정감으로 올라갔으며 같은 달 25일 치안수요 1위인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 이동했다. 이후 두 달도 안 돼 지난 16일 치안정감 보직 중 요직인 서울경찰청장으로 취임했다.
김 청장은 오는 20일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설 예정이다. '경찰 서열 1위' 조지호 경찰청장을 비롯해 김찬수 총경, 조병노 경무관 등 총 28명이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김 청장은 "청문회에서 명백하게 이야기할 것"이라며 "설령 국회의장이 묻더라도 한치의 숨김 없이 알고 있는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뉴스1>뉴스1>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