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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선수끼리 맞붙은 탁구 女 결승
스타성 있는 젊은 선수 패배하자
승리한 자국 선수에 야유 쏟아져
비뚤어진 팬심에 보는 이들 눈살

지난 11일 막을 내린 파리 올림픽에서 중국이 금메달 40개로 미국과 동률을 이루자 중국인들은 환호했다. 인터넷상에는 ‘금메달 수로만 따지면 공동 1위인 셈’이라거나 ‘대만(금메달 2개), 홍콩(금메달 2개)을 합치면 사실상 1위’ 등의 말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실제로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은 해외에서 열린 올림픽 중 가장 많은 금메달을 수확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중국은 앞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만 금메달 48개로 미국(36개)을 앞지른 바 있다.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중국 당국도 선수단에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지난 12일 선수단에 축전을 보내 “이번 올림픽에서 여러분은 항상 당과 인민의 당부를 명심해 중화 스포츠 정신과 올림픽 정신을 대대적으로 선양하고 도덕적 금메달, 품격 있는 금메달, 깨끗한 금메달을 따는 것을 견지하면서 높은 투지, 강인한 기풍, 뛰어난 기량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중국 스포츠의 새로운 장을 썼다”며 “스포츠 전선의 개혁과 혁신, 용감하게 나아가는 시대적 풍모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런 열광의 이면에는 스포츠 측면만이 아니라 당국이 강조하는 애국주의 역시 진하게 녹아 있는 듯하다. 축전은 “여러분의 뛰어난 성적과 활약은 국내외 중화 아들딸들의 애국심을 더욱 자극했고 민족정신을 북돋웠으며 전진의 힘을 결집시켰다”면서 ‘시진핑(習近平)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과 스포츠 발전을 이끄는 것을 바탕으로 중국식 현대화에 공헌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처럼 스포츠대회에서의 성적이 그대로 국위선양과 연결되면 과열되게 마련이다. 은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들지 못하는 선수들은 과거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했다. 특히 중국이 배드민턴 남자 복식 경기에서 대만에 금메달을 내주면서 온라인상에서 비판이 거세졌다. 선수단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세금 낭비라든지, 올림픽이 중국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등의 비난이 잇따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표팀의 부담도 가중되는 듯하다. 중국에서 ‘국기’로 통하는 탁구의 경우 더욱 그랬을 것이다. 왕하오(王皓) 중국 남자탁구 대표팀 감독은 남자탁구 결승전에서 굉장히 긴장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남자탁구는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데다 단체전에서는 16강부터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결승에서 인도를 여유 있게 꺾은 뒤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왕 감독의 결승전 경기장 모습은 선수들보다도 더욱 초조해 보였다고 한다. 왕 감독 자신이 유독 올림픽 단식 금메달과 연이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2004 아테네 올림픽 탁구 결승전에서 유승민에게 금메달을 내준 이후 안방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012 런던 올림픽에서 3연속 은메달에 그친 바 있다.

여자탁구에서는 기이한 장면도 연출됐다. 여자 단식 결승은 중국 선수인 천멍(陳夢)과 쑨잉사(孫潁莎) 간의 경기였다. 결승전에서 중국 선수들끼리 맞붙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현장에서 대부분이 일방적으로 쑨잉사를 응원하고, 천멍이 잘할 때마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나온다거나 심지어 천멍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일부 관중이 그에게 손가락 욕설을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천멍을 비방한 네티즌이 구속되고, 중국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런 사태가 단순히 ‘비뚤어진 팬심’을 넘어 자본 논리가 작용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2000년생으로 나이가 어리고 스타성이 있는 쑨잉사가 이번에 금메달을 따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것을 노리고 스폰서십을 체결한 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이 어그러졌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유명 유제품 기업 ‘이리’는 결승전이 시작하기도 전에 베이징 번화가에 쑨잉사의 금메달을 축하하는 옥외광고를 걸었다가 급히 내리기도 했다.

올림픽이 지구인의 축제라고는 하나 국가대항전으로 치러지는 이상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앞으로도 각국 국민 간의 경쟁심이나 과열 양상은 발생할 것이다. 다만 좀 더 성숙한 자세로 축제를 즐기는 자세도 필요할 듯하다. 비단 중국뿐 아니라 우리 역시.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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