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KIA 포비아’가 생길 법 하다.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는 KBO리그 ‘디펜딩 챔피언’ LG의 자존심이 만원 관중 앞에서 3일 연속 무너졌다. 내심 스윕까지 달성해 선두 싸움 경쟁 재점화를 노렸지만, 현실은 3연전 내리 패배. 스윕패로 인해 선두 경쟁은커녕 2위 자리도 꽤 멀어졌다.
LG는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IA와의 홈 경기에서 0-4로 영봉패를 당했다. 3연전 두 경기를 이미 내준 터라 18일 경기만은 반드시 잡아야 했지만, 선발 디트릭 엔스는 6이닝 동안 9피안타 4실점으로 무너지며 상대 제임스 네일(6이닝 3피안타 무실점)과의 외국인 에이스 맞대결에서 완패했다. 네일의 완벽투 앞에 타선은 힘없이 무너져 버렸고, 네일이 내려간 이후에 올라온 KIA의 필승조들을 상대로도 제대로 된 찬스한 번 만들지 못했다.
이번 잠실 주말 3연전을 KIA에게 모두 내주면서 LG는 시즌 성적 60승2무52패, 승률 0.536으로 선두 KIA(68승2무46패, 승률 0.596)와의 승차는 4경기에서 7경기로 벌어졌다. 2위 삼성(63승2무52패, 승률 0.548)과의 승차도 1.5경기다. 사실상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은 이번 3연전에서 당한 스윕패로 물 건너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뼈아픈 것은 이번 스윕패로 올 시즌 KIA와의 상대전적이 3승12패로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그나마 전반기 때는 3승6패로, 세 번 싸우면 한 번은 이기는 수준은 됐다. 후반기 들어 3연전 두 차례를 모두 내줬다. 0승6패. 이제 KIA의 빨간 유니폼만 보면 공포증을 느낄 수준까지 다다른 셈이다.
사실 이번 3연전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8회말까지 2-0 리드를 잡아 승리가 예상됐다. 경기를 끝내기 위해 올라온 마무리 유영찬이 9회에 무너지고 말았다. 선두 타자 최원준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김도영에게 적시 2루타를 맞아 한 점을 내줬다. 소크라테스를 땅볼로 잡아내긴 했지만, 나성범에게 투런포로 불의의 일격을 당해 2-3으로 역전 당했고 9회 마지막 공격은 속절없이 삼자범퇴로 물러나고 말았다. 2차전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4-14 대패. 3차전은 0-4 영봉패. 타선도, 마운드도 KIA에겐 상대가 되지 않았다.
물론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KIA의 한국시리즈 직행이 유력해진 상황. LG가 이전 관문들을 뚫고 한국시리즈에 오른다고 해도 KIA를 만나 제대로 힘을 쓸 수 있을까. 당장 마무리 유영찬을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 9회에 올릴 수 있을까. 유영찬의 올 시즌 KIA전 평균자책점은 8.10, 피안타율은 무려 0.400에 달한다.
이제 LG가 KIA를 정규리그에서 만나는 일정은 다음달 3일 광주 원정 1경기가 유일하다. 이 경기를 잡아낸다 해도 선수단에 인이 박힌 ‘KIA 포비아’를 지워내기는 쉽지는 않다. 이래저래 LG로선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너무나 많은 것을 잃은 KIA와의 주말 3연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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