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취재진 등 1만7000명 운집
라틴·흑인계 등 결집… “투표할 것”
200여 단체 가자 전쟁 반대 행진
“집단학살 중지” 구호… 과열 우려
해리스 22일 ‘미래’ 주제 수락연설
지지율은 트럼프 4%P 앞선 49%
전대 기간 러스트벨트 유세 병행
“그녀(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시간이 왔어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18일(현지시간) 밤 사전 환영행사가 열리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라틴아메리카 음식점 ‘카니베일’에서 만난 라틴계 여성 민주당원 자스민 에르난데스(34)는 “후보 교체 후 민주당이 에너지를 얻었다(energized)”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으로 인해 사람들은 더 많이 투표장에 갈 것”이라면서도 “정말 이길 수 있느냐는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전당대회 이후 얼마나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린 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라틴계인 민주당 일리노이 여성 대의원 수사나 멘도사와 시카고 시의원 길버트 빌레가스가 주최한 것으로 곳곳에서 스페인어가 들렸으며 모인 사람들은 흥겨운 라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에서 해리스 부통령으로의 후보 교체로 가장 극적인 시간에 열리는 민주당의 축제가 시작됐다.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날 시카고는 5000여명의 대의원, 1만2000여명의 자원봉사자, 정당관계자, 취재진들이 모여들며 북적였다. 라틴계, 흑인, 아시아계 등 다양한 인종별 단체뿐 아니라 지역 정당 관계자들, 노조, 환경단체, 소수자 단체 등이 곳곳에서 운집해 해리스 부통령으로 인해 찾아든 당의 새로운 활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반면 가자지구 전쟁 등 반정부 시위가 예고된 만큼 경계도 삼엄했다. 미국 전역의 200여개 단체가 참가하는 ‘민주당 전당대회로 행진’(DNC 행진)은 당장 전당대회 첫날인 19일 전당대회가 열리는 유나이티드센터 인근 유니언 공원에서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DNC 행진의 파야니 아보마 미자나 대변인은 이날 유니언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노사이드(genocide·집단학살) 조, 킬러 카멀라, 베이비 킬러 블링컨(국무장관)”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돕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카고시는 이들이 행진할 수 있는 1마일(약 1.6㎞) 구간을 지정했지만 주최 측은 너무 좁다며 확대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CBS뉴스는 “예상보다 집회가 평화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으나, 모이는 사람 자체가 많은 탓에 집회가 과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도 유나이티드센터와 또 다른 전당대회 개최 장소인 매코믹플레이스 주변 도로들이 폐쇄됐다. 멕시코계 우버 기사 헥토르는 “오늘도 길이 폐쇄돼서 교통체증이 미쳤는데(crazy), 가자전쟁 집회가 열릴 내일은 최고로 미칠 것(super crazy)”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민주당은 이날 전당대회 각 4일의 주제를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는 19일에는 ‘국민을 위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설하는 20일에는 ‘미국의 미래를 위한 담대한 비전‘이 주제로 채택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도 같은 날 연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연설하는 21일에는 ‘자유를 위한 투쟁’이 주제로 선택됐다.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마지막 날 22일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를 주제로 전당대회가 마무리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유세마다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We are not going back)”고 강조하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과거’로, 해리스 부통령 자신은 ‘미래’로 대비시키는 전략이다.
이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ABC방송이 입소스에 의뢰한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49%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5%)에게 4%포인트 앞섰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결과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날 시카고에서 만난 다수 민주당원들은 여전히 실제 선거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2016년에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결국 경합주 선거인단에서 밀려 선거에 진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는 전당대회 전날인 이날도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각각 배우자 더그 엠호프, 그웬 월즈와 함께 ‘버스 유세’에 나섰다. 전당대회 첫날 시카고에서 개막행사에 참석하는 해리스 부통령과 월즈 주지사는 둘째 날인 20일에는 다시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유세를 이어간다. 전당대회 기간에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오대호 연안 공업지대) 경합주에 끊임없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2일 수락 연설에서 중산층을 살리는 집권 비전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의 꽃인 이날 해리스 부통령이 어떤 정책을 발표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앞서 노스캐롤라이나 연설에서 밝힌 규제 중심 인플레이션 구제책은 논란을 부르고 있다. 그는 식료품 대기업들의 과도한 가격 정책을 법으로 단속하고 규정을 어기는 기업들을 수사해 처벌할 권한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 법무장관에 부여하겠다고 했는데, 이와 관련 민주당 지지 성향 현지 언론들도 ‘포퓰리즘’이라며 비판적 논조를 보이고 있다. WP는 “실질적 계획 발표 대신 포퓰리스트 꼼수로 시간을 허비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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