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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오물 풍선과 대북방송,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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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20 23:30:42 수정 : 2024-08-20 23: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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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물 풍선 공포감이 컸던 6월 초 한 외교전문가가 제시한 해법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오물 풍선으로 북한이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적 효과는 남한 내 분열 조장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거창한 대북정책 차원보다 생활형 공세가 유용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확성기방송 재개 같은 방안이 큰 효과를 낼 것이라는 얘기였다. 더불어 그는 ‘우아한’ 대응으로 수거한 오물을 잘 분석해서 북한 주민의 영양 상태를 공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일본 오사카 총영사를 지낸 이현주 전 외교부 국제안보 대사가 그다.

오물 풍선이 발견되면 군과 소방관이 출동해야 하니 행정력 낭비가 크다. 휴전선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울산이나 전남, 경북에서도 119 신고가 들어왔다. 한때 서울 용산 대통령실 주변까지 뚫렸다고 야단이었으나 사실 대응 방안은 마땅찮다. 공중에서 터뜨렸다가는 오물을 뒤집어쓰는 등 예기치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제 오물 풍선에 시민도 놀라지 않는 분위기다. 이달 초에는 북측이 오물 풍선 240여개를 날려 보냈는데, 10여개만 남측으로 넘어오고 대부분 북측에 떨어졌다고 한다. ‘셀프 오물 투하’가 된 셈이다.

북한이 오물 풍선으로 얻은 건 남남갈등은 고사하고 대북 확성기방송 재개뿐이다. 우리 군은 오물 풍선에 맞서 지난달 9일 서부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방송을 중단 6년 만에 재개했다. 처음엔 방송을 2시간만 했으나 오물 풍선 살포가 계속되자 전선을 중부, 동부로 늘리고 지난 21일부터는 모든 전선에서 매일 16시간가량을 내보내고 있다. 남한 발전상이나 기상 정보, ‘다이너마이트’와 ‘버터’ 같은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 등이 휴전선 넘어 북측 동포와 병사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어제 새벽 북한군 1명이 강원 고성 동해선 인근 오솔길을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귀순했다. 일각에서 대북 확성기방송이 귀순 결심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과거에도 귀순자 다수가 대북방송을 듣고 북한 실상을 알게 돼 귀순했다고 증언했다. 북한의 오물 풍선이 확성기 재개에 내부 동요라는 역효과까지 자초한 셈이다. 북한이 콘크리트 방벽을 세우고 경계를 강화한다고 한들 북녘으로 전해질 자유의 공기까지 막을 수 있겠는가.


박희준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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