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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곰팡이 수두룩"…3주째 집 못가는 전기차 화재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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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22 08:12:55 수정 : 2024-08-22 08: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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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작업 속도 내지만…분진·누수 세대 대피 생활 길어질 듯

"일상 회복은 아직 먼 이야기네요."

21일 인천시 서구 청라동 대한적십자 서북봉사관.

누수·곰팡이 피해 세대. 독자 제공

지난 1일 청라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이곳 임시주거시설에서 3주 가까이 지내고 있는 황모(44)씨는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날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복도 한쪽에는 휴지와 물티슈, 세면용품 등 각종 구호 물품이 쌓여 있었고 강당 안에는 임시 천막이 빼곡하게 자리 잡았다.

아파트 수도와 전기 공급이 재개되고 세대별 청소가 이뤄지며 복구 작업에 속도가 붙었지만, 분진과 누수 복구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이곳에 남은 주민들에게 일상 회복은 요원할 뿐이다.

저층에 살던 황씨는 집 안을 뒤덮은 분진을 직접 확인한 뒤로 벽지 도배나 입주 청소를 하더라도 선뜻 집으로 돌아가기 망설여진다고 했다.

그는 "문 닫힌 팬트리 공간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물티슈로 닦아 보니 시커먼 분진이 묻어나왔다"며 "유독가스나 분진이 어린 자녀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토로했다.

다른 주민 이모(44)씨는 "수도관 손상으로 누수가 발생한 세대는 당분간 보수 공사나 청소조차 할 수 없다"며 "새까만 곰팡이가 하루게 다르게 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화재 발생 후 휴가를 냈다가 복귀한 직장인이나 개학이 끝난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임시주거시설에서 통근이나 등하교를 하고 있다.

한 주민은 "4인 가족이 지내기에 임시 천막 공간은 협소하고 샤워 시설도 없어 화장실에서 간신히 양치와 세수만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돌아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인천시 서구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임시주거시설 2곳에는 25세대 74명이 머물고 있다.

화재 발생 초기인 지난 6일에는 전체 1천581세대 중 264세대 822명이 임시주거시설 10곳에 분산돼 수용되기도 했으나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시설 이용 인원이 크게 줄었다.

다만 임시주거시설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가족·지인의 집에서 지내거나 단기 임대로 별도 거처를 구한 경우도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그동안 신속한 복구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전문성을 갖춘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기차 화재 대응 매뉴얼을 비롯해 피해 아파트 안전 진단과 설비 점검, 유독가스 유해성 조사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민 김모(43)씨는 "정부와 인천시는 이번 피해 실태를 면밀히 분석해 사회 재난 매뉴얼을 새롭게 수립하고 적절한 피해 보상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83대가 그을렸다.

또 지하 설비와 배관 등이 녹아 정전과 단수가 이어졌다가 5∼7일 만에 수돗물과 전기 공급이 차례로 재개됐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최초 목격자와 벤츠 차량 소유주를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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