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에서 일궈낸 ‘기적’…한국계 교토국제고 日고시엔 첫 우승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23일 일본 고교야구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서 우승했다. 교토국제고의 우승으로 일본 전역에는 또 한번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다.

교토국제고는 이날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여름 고시엔에서 도쿄도 대표인 간토다이이치고를 2대 1로 이기고 최종 우승했다.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마운드에서 얼싸안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경기는 9회까지 0대 0으로 팽팽하게 이어졌다. 국제교토고는 9회까지 7개의 안타를 쳤지만 점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교토국제고는 3회초 안타 2개로 2사 1, 2루를 만들고, 5회 초 2사 1,3루의 찬스를 잡았으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6회초에서도 미타니 세이야의 안타와 사와다 하루토의 번트안타 등으로 1사 2, 3루의 찬스를 잡았지만 아쉽게 점수를 내진 못했다.

간토다이이치고 또한 6회 말 2사 2루, 7회 말 2사 2루 기회에서 타자가 땅볼로 물러나 선취점을 내지 못했다.

0 대 0으로 9회를 마무리한 두 학교는 연장 승부치기에 들어갔다. 무사 1, 2루에서 시작된 10회초에서 대타로 나선 니시무라 잇키가 만든 안타로 만든 무사 만루 기회에서 가네모토 유우고는 밀어내기 볼넷으로 선취점을 뽑아냈다.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2-1 승리를 거둔 뒤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마운드로 몰려나와 환호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만루 기회에서 교토국제고는 2번 미타니 세이야의 희생플라이로 2 대 0으로 앞서게 됐다. 이후 사와다의 중전 안타로 다시 한 번 1사 만루를 일궜으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추가점을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후 10회 말에서 간토다이이치고에 1점만 내주며 승리를 확정 지었다.

승리 직후 한신고시엔구장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가 흘러나왔다. 선수들이 교가를 따라 부르는 모습은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감독은 우승 인터뷰에서 “대단한 선수들에게 감탄했다”며 “전원이 강한 마음을 갖고 공격한 결과“라고 말했다.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전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 경기. 2-1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재학생들이 관중석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인 교토국제고는 1999년 야구부를 창단했다. 2021년 처음으로 여름 고시엔 본선에 진출해 4강에 올랐고, 2022년 여름에도 본선에 진출했으나 1차전에서 패했다. 지난해에는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교토국제고와 같이 야구부 역사가 짧고 훈련 환경도 열악한 야구부가 ‘꿈의 무대’로 불리는 여름 고시엔에서 승리한 건 ‘기적’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교토국제고는 야구부 전용 구장이 없어 선수들이 외야 연습을 위해 다른 연습 구장을 빌려 훈련을 해왔다.

교토국제고는 저출생 등의 영향으로 학생 수가 줄자 학생 모집을 위해 야구부를 창단했다. 현재 고교생 138명 중 야구부 소속은 61명이다.

이민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