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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딸 죽어서 돌아온 그곳은 병원 아닌 지옥”…정신병원에서 딸 잃은 엄마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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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8-24 22:00:00 수정 : 2024-08-24 1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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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아무런 병도 없는 건강한 딸이 입원한 지 2주 만에 죽어서 돌아왔습니다. 그곳은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아니라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딸을 잃은 A씨는 2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의 문제점 및 인권옹호시스템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A씨 딸은 5월27일 유명 정신과 의사가 운영하는 경기도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숨졌다.

 

지난 5월27일 새벽 결박된 A씨 모습. 연합뉴스

A씨는 “제 딸은 32살의 젊은 여성으로 다이어트 약 중독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면서 “하지만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가족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던 중 중독 증상을 겪게 됐고, 치료받기 위해 입원했지만 “과도한 약물 사용과 격리·강박으로 딸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것이다. A씨는 “딸이 죽은 후 병원 영상을 확인한 결과, 입원 날부터 1인실에 감금하고 묶인 채로 있었다. 죽는 당일 날, 죽는 시간까지 묶인 채로 약을 먹었다”고 지적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A씨 딸은 사망 전날인 26일 오후 7시쯤 병동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등으로 안정실에 홀로 격리됐다. 의료진은 이후 A씨의 저항이 이어지자 27일 오전 0시 30분부터 2시 20분까지 손발과 가슴을 침대에 묶는 강박 조처를 했으며, A씨는 오전 3시 40분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유족 측은 의료 기록지를 토대로 병원 측이 A씨를 격리·강박하는 과정에서 체온·맥박·혈압 등 측정값인 ‘바이탈 사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료 기록지 상에는 26일 오후 8시 20분부터 27일 오전 2시 20분까지 약 6시간 동안 각각 3차례의 바이탈 확인이 이뤄진 것으로 기록됐다. 보건복지부는 강박 시 최소 1시간,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최소 30분마다 의료진이 환자의 활력 징후를 확인해야 한다고 지침에 명시하고 있다.

 

A씨는 “‘입원해 잘 치료 중이겠지’ 하는 생각과 달리, 가두고 묶어놓고 안정제를 먹여 정신이 혼미해지게 해 부모를 만나도, 전화 통화를 해도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면서 “죽는 당일 아이가 너무 아프다고 119를 불러달라고 했는데도 무시당했고, 1인실에 가두고 문을 늦게 열어줘서 소변을 봤을 때도 병원은 ‘오줌쌌다’며 부모에게 기저귀를 사 오라고 시켰다”고 했다.

 

A씨는 “마지막까지 딸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이 자리에서 숨쉬고 있는 제가 너무 밉다”며 울먹였다. 그는 “유족 대표로서, 한 엄마로서 여러분께 호소한다”며 “이 비극적 사건은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다. 병원에 있는 환자의 ‘아프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치료 시스템이 개선돼야 하고, 인권이 결박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은 6월 유족 측이 유기치사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해당 병원 의료진 6명을 고소함에 따라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병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으며, 고인과 가족을 잃고 슬픔에 빠져 계실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해 성실하게 임하고 의학적·법적 판단에 따라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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