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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급증에…은행권, 주담대 만기·한도 제한 카드 뽑았다

입력 : 2024-08-26 20:20:30 수정 : 2024-08-26 22: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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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제동 안 걸리자 추가 대책

국민, 수도권 주담대 최장 30년으로 축소
생활자금 1억·마통 5000만원으로 감액
거치기간 폐지… MCI·MCG 적용 중단
서울 5500만원 규모 대출한도 감소 효과
KB “실수요 중심 주담대 운영 위한 조치”

신한·우리도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
당국 고강도 개입 언급 하루 만에 ‘처방전’

주요 은행들이 금리 줄인상에도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주택담보대출 만기와 한도를 제한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이 물량 관리나 적절한 미시 관리 대신 금액(대출 금리)을 인상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강도 높은 개입을 공개 예고한 지 하루 만에 일제히 관리대책을 내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9일부터 ‘실수요자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 종합대책’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용한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26일 서울 용산구의 시중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먼저 현재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인 주담대 만기를 수도권 소재 주택에 한해 30년으로 일괄 축소한다. 은행 분석 결과 만기 축소에 따른 연소득 5000만원 대출자의 한도(대출 금리 연 3.85% 가정)가 4억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깎인다.

 

주택을 담보로 빌리는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도 물건별 1억원으로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별도 한도가 없었다. 현재 신규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 시 1년 이내, 생활안정자금 대출 시 3년 이내로 각각 운영 중인 주담대 거치기간도 당분간 없앤다.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기간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신규 주담대엔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적용도 중단한다. 보증보험 상품인 MCI·MCG를 주담대와 동시 가입하면 보증기관이 소액 임차보증금을 담보해준다. 이를 중단하면 그만큼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MCI·MCG 가입이 제한되면 서울은 5500만원, 기타 지역은 2500만원까지 한도가 줄어든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아울러 논·밭·과수원 등 나대지(지상에 건물이 없는 토지) 담보 대출과 다른 은행으로부터 갈아타기를 통해 넘어오는 전세자금대출은 전면 금지한다. 통장자동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 역시 현재 1억∼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감액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등 가계대출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도 이날 대출 한도 제한과 전세대출 조건부 취급을 제한하는 내용의 가계대출 추가 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달 2일부터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최대한도는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된다. 대출 모집법인별 월 한도도 2000억원 안팎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신규 주담대는 MCI·MCG 가입을 막는 한편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신탁등기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갭 투자(전세를 낀 주택 구입)’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은행 측은 전했다.

 

신한은행은 당장 이날부터 MCI·MCG 중단과 함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세대출의 대상 물건지가 등기된 물건의 취급도 제한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의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방안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들 은행의 대출 만기·한도 축소 관리 방침은 전날 이 원장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겠다며 강도 높은 대책을 예고한 지 하루 만에 발표됐다. 이 원장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연초 은행들이 설정한 스케줄보다 가계대출이 늘었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금리를 올리면 돈도 많이 벌고 수요를 누르는 측면이 있다”며 “저희가 바란 건 미리미리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었다. 그러면서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며 “9월 이후에도 대출이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면 지금 하는 것 이상으로 강력하게 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었다.

 

올해 초 주춤했던 가계대출 증가세는 지난 4월부터 확대되기 시작했다. 은행권은 지난달 이후 대출 금리를 잇달아 인상했으나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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