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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0시 축제, 정체성 없는 ‘짬뽕축제’ 오명

입력 : 2024-08-27 06:00:00 수정 : 2024-08-27 09: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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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중앙로 일원서 9일간 개최
市, 기간 늘리고 접근성 높였지만
인기가수 공연에만 치중… 40팀 불러
“지역 문화예술인 우대 부족” 지적
폭염 속 축제… 시민 안전 위협 우려도

올해로 2회째 열린 ‘대전 0시축제’가 정체성과 킬러콘텐츠 없는 ‘짬뽕축제’란 오명을 얻고 있다. 36도까지 치솟는 폭염 속에 축제가 진행되면서 안전 우려마저 나왔다.

 

26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0시축제는 이달 9일부터 17일까지 대전역에서 옛 충남도청사까지 원도심 중앙로 일원 1㎞ 구간에서 열렸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 22일 ‘0시축제 결산 브리핑’을 열고 “9일간 200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되는데 국내 축제 중 단일기간 최대 방문객”이라며 “경제효과는 403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 축제로 도약할 수 있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대전 0시축제 행사장 모습. 대전시 제공

시는 축제 행사장 11곳에 체온감지식 무인측정기를 달아 방문객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시는 올해 0시축제 기간을 지난해보다 이틀 늘리고 행사장도 중앙로를 메인으로 골목골목에 먹거리존 등 야장을 설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지역문화예술인 참여 프로그램은 올해 518회로 지난해(397회)에 비해 30% 확대했다. 

 

그러나 축제의 ‘정체성’은 실종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전 0시축제는 가요 ‘대전부르스’ 가사에서 축제 이름과 콘셉트를 따왔지만, 정작 내용은 ‘대전’이 아닌 인기가수 공연에 매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0시축제 기간인 9일 동안 중앙로·대전역 주무대에 오른 아이돌 힙합·트로트 가수는 40팀에 이른다. 하루 4팀 이상이 대전을 찾은 것이다. 반면 지역문화예술인 공연은 골목으로 몰아넣는 등 배려나 지원이 부족했다는 싸늘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지역예술인은 “지역문화예술인 공연과 플리마켓 부스는 관람객과 무대에 가려져 들러리에 불과했다”며 “공연에 집중하기 힘들고 작가들은 더위와 소음에 시달렸다. 누굴 위한 축제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다른 지역축제와 차별화할 수 있는 킬러콘텐츠도 부족한 상황이다. 지역주민과의 거버넌스는 전무했고 주무대인 중앙로 일원은 가수들과 롯데월드 퍼레이드팀, 베트남·중국·일본 등 대전시 자매도시 예술단이 차지했다. 12일간 행사장에 차량을 통제하면서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불편을 겪었다. 축제 기간 교통통제에 대한 민원은 1800건에 달했다. 

 

8월 개최를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시는 광복절 연휴를 중심으로 잡은 데 대해 “한여름밤 폭염 속 축제라는 ‘역발상’이 0시축제의 또 다른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스팔트 도로인 중앙로 행사장은 한낮엔 폭염과 지열이 작열하고, 변화무쌍한 날씨에 예측하지 못한 비바람이 때때로 몰아치면서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4일엔 옛 충남도청사에 걸어놓은 행사 홍보용 지름 6m의 대형풍선이 돌풍에 찢겨 13㎞ 떨어진 대청호 인근 야산까지 날아갔다. 차도로 떨어졌을 경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과거·현재·미래 테마존은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과 차별성을 띠지 못했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축제 비전 제시와 함께 지역주민의 참여로 정체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희성 단국대 교수는 “영국 에딘버러축제처럼 세계적 축제를 지향한다고 했지만 8월 개최시기가 같다는 것 말고는 비전, 축제내용에 대한 고민점이 부족해 보인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지역주민 참여가 정체성 확보의 전제조건”이라며 “개최시기와 장소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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