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지출 증가로 재정 역할 축소
꼼꼼하게 심의해 효율성 높여야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한 2025년도 예산안은 올해보다 3.2% 늘어난 677조4000억원 규모다. 총지출 증가율이 3% 안팎에 머문 긴축재정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지출 24조원을 줄여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재정준칙 한도(3%) 내인 2.9%로 맞추겠다고 했다. 3년 연속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정부는 가용예산을 총동원해 맞춤형 약자복지 확충, 경제활력 확산, 미래대비 체질개선, 안전사회 등 4대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기초생활 보장 생계급여액 인상, 공공주택 공급 확대, 기초연금 상향 등이 골자다. 지난해 대폭 줄인 연구개발(R&D) 예산도 11.8% 늘어난 30조원으로 책정됐다. 의료 개혁에 10조원의 재정이 처음 투입되는 점도 주목된다. 5년간 전공의 수련 국가지원,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에 투입된다.
편성 방향은 맞지만, 관건은 세수 확보다. 현 정부 들어 세수 기반이 허약해지면서 지난해 56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펑크났다. 올해 상반기 정부의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76조원 적자다.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03조4000억원으로 통합재정수지보다 적자 폭이 크다. 우체국보험 적립금에서 2500억원을 차입하는 등 민간 재원을 끌어쓸 정도로 재정 여력이 고갈됐다. 내년에도 내수 부진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로 23조원의 세수결손이 예상된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지출을 늘리면 좋겠지만, 실탄이 빈약하다. 내년 지출 증가분의 대부분은 의무지출로 채워진다. 의무지출은 365조6000억원으로 5.2% 늘지만, 재량지출은 311조8000억원으로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현실에서 의료·사회보험 같은 고정지출은 한번 늘리면 줄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보건, 복지, 고용 분야 예산이 249조원으로 4.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증가 폭이다. 재정의 역할이 축소되는 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렇더라도 건전재정은 포기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허투루 새는 지출을 최대한 막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재원을 써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권의 ‘묻지마식’ 현금 살포 행태부터 근절돼야 옳다. 규제 혁파, 부처 간 협업 등을 통한 세수 확보에 더욱 고삐를 좨야 할 때다. 여야는 더는 ‘밀실 야합’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꼼꼼하게 심의해 예산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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