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첩보활동을 하는 ‘블랙 요원’의 신상정보를 유출한 혐의 등을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이 그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이 2022년 6월 이후 우리 쪽 군사기밀 30건을 중국 측에 넘겨주고는 그 대가로 약 1억6200만원의 돈을 차명계좌로 받은 정황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2018년 정보사 공작팀장이 군 관련 기밀을 건당 100만원에 중국과 일본에 팔아넘겼던 전례의 반복이다. 또다시 드러난 정보 장사 행위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기밀을 팔아넘긴 정보사 A씨는 2017년 4월 중국에서 중국 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체포된 뒤 포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활동하는 정보사 블랙 요원 및 정보사 조직 현황 등 군사기밀을 지속해서 수집해 돈을 받고 누설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중국의 꼭두각시였던 셈이다. A씨는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빼낸 기밀을 중국 인터넷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올려주기)하고는 인터넷 게임 음성 메시지를 활용해 중국에 전달하는 등 치밀함도 보였다. ‘돈을 더 주면 기밀 자료를 더 보내겠다’는 등의 적극성까지 보였다니 말문이 막힌다.
수사를 통해 중국 정보기관이 A씨에게 접근한 사실과 A씨가 보안체계를 무력화하며 블랙 요원 명단 등을 유출하는 7년 동안 정보사가 깜깜이였던 것도 드러났다. 정보사의 허술한 보안체계와 구멍 뚫린 안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정보사는 초유의 지휘부 항명 사태까지 터지면서 조직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조직 전반의 시스템이 붕괴했다는 자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국방부가 조직을 개편하고 업무 개선점을 찾는다지만 허물어진 조직을 이른 시일 안에 바로 세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 황당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가 군 검찰로 A씨 사건을 송치할 당시 적용했던 군형법상 간첩죄가 빠졌다는 점이다. A씨 혐의에서 명백하게 북한 개입 여부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군형법뿐 아니라 형법 98조도 간첩죄 적용 대상 국가는 북한에 국한한다. 북한이 아닌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는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 시대가 변했다. 글로벌 중추 국가로 자리매김한 한국의 군사 안보와 첨단 산업기술 정보를 노리는 국가가 어디 한둘인가. 더 늦기 전에 정치권이 간첩죄 대상을 북한에서 외국 전체로 확대하는 법 개정에 나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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